불행을 환희로 바꾸는 '프리다' 프리즘…이 예술 같은 굴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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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리다' 리뷰
'프리다'는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생애를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6세 때 앓은 소아마비로 후유증에 시달렸고, 불의의 교통사고로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는 삶을 살았다. 당대 유명 벽화 화가였던 디에로 리베라와 사랑에 빠지기도 했지만 불륜과 연이은 유산으로 여러 차례 울부짖어야만 했다.
'프리다'는 프리다 칼로가 인생 마지막 순간 '더 라스트 쇼'에 게스트로 출연해 생애를 돌아보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프리다가 어린 시절부터 있었던 이야기와 만났던 인물들을 레플레하, 데스티노, 메모리아 세 캐릭터가 그려낸다.
고통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프리다 칼로의 삶은 고통을 넘어 불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와 마음으로 투영한 불행은 '환희'라는 모순적인 단어와 수식을 이룬다. 프리다 칼로라는 프리즘을 통과한 불행의 완벽한 굴절. 이것이 '프리다'가 그려낸 주된 내용이다.
배우들은 환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인터미션 없이 4명의 배우가 빈틈없이 무대를 채운다. 감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소모가 큰 작품임에도 김소향, 알리, 김히어라는 프리다 칼로와 마지막까지 놀라운 싱크로율을 놓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매력에도 주목하면 좋다. 김소향 프리다가 굳센 여성상으로 대표됐다면, 새로 합류한 김히어라 프리다는 외유내강 스타일이다.
초연부터 '프리다'를 이끌어온 김소향은 인터뷰에서 "온전한 프리다를 보고 싶으면 김소향 프리다를 봐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히어라의 프리다가 정말 프리다 칼로 같다. 프리다 칼로가 살아생전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면 저렇게 당당하고 멋지게 얘기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 알리를 보고 있으면 '진짜 프리다가 저랬겠지' 싶다. 알리가 춤추는 걸 보면서 다리를 잃은 프리다가 어떻게든 걸어보려고 애쓰는 느낌을 받았다"고 극찬했다. 폐막 전 마지막 주말인 이번 주 세 명의 프리다를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toplights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