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키넨의 KBS악단이 정성스럽고 세심하게 올해의 첫 단추를 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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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교향악단 제798회 정기연주회
2024년 첫 정기연주회
음악감독 피에타리 잉키넨 지휘
바이올리니스트 요세프 슈파체크
드보르자크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
긴 호흡으로 고적함과 칸타빌레 결합
'알프스 교향곡'에선 극적 효과 두드러져
반면 슈트라우스의 대작 ‘알프스 교향곡’의 경우 거의 매해 빠지지 않고 국내 어디선가 연주하기는 하지만, 여러모로 ‘가성비’가 나쁜 곡이다. 연주 비용은 많이 드는데(일단 규모 자체가 크고,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악기들을 요구하기 때문에 빌리는 비용이 추가로 붙는다) 각 연주자에게 대단히 높은 기량을 요구하기 때문에 연주 빈도와 비교하며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의외로 적다.
‘카니발 서곡’은 KBS교향악단이 2022년 4월 27일에 크리스토프 에셴바흐의 지휘로 연주한 바 있는 곡이다. 하지만 연주 스타일은 그때와 사뭇 달랐다. 에셴바흐는 전반적으로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면서 활기와 역동성에 치중한 연주를 들려준 반면, 이번에 지휘를 맡은 상임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은 평소처럼 전체적인 짜임새를 탄탄히 구축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고 폭넓은 표현을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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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롬본을 통상적인 수준보다 더 강조한 것은 전체적인 균형감을 해치기는커녕 연주에 생생함을 더해주었다. 다만 악장을 맡은 앤드류 해버론(그는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악장이기도 하다)의 바이올린 독주가 좀 지나칠 정도로 달콤하게 들리기는 했다.
잉키넨은 곡의 짜임새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줄 알고 곡에 내재한 ‘줄거리’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데 단연 강점이 있는 지휘자이다. ‘알프스 교향곡’처럼 규모가 큰 표제음악은 이런 장점을 극대화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실제로 잉키넨은 이 곡에서 기대 이상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섬세한 현악기군을 비롯해 모든 파트가 정성스럽고 세심하게 연주했으며, 각 장면의 묘사가 생생했고 전환도 뚜렷했다. ‘일출’이나 ‘정상에서’ 등 어느 오케스트라나 당연히 멋지게 연주해야 옳을 장면은 말할 것도 없고, ‘숲속에 들어감’의 장대함이나 ‘천둥․번개와 폭풍, 하산’의 극적 효과 역시 모자람이 없었다.
피에타리 잉키넨과 KBS교향악단은 올해의 첫 단추를 멋지게 끼워 보였다. 앞으로 남은 다른 공연들 역시 이처럼 높은 완성도로 소화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
황진규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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