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바카라

글쓰기가 '고독하지 않을 때' 벌어지는 일[서평]

나오미 배런 지음
배동근 옮김/북트리거
628쪽|2만7800원
/사진=알라딘
고독한 글쓰기 작업에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 엄습하고 있다. 거대언어모델을 장착한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다. AI는 우리가 쓴 어색한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는 수준을 넘어 다음 문장을 자동으로 완성해주는 정도까지 발전했다.

AI는 정말 글 쓰는 사람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미국 언어학자 나오미 배런의 대답은 '아니오'에 가깝다. 그는 저서 <쓰기의 미래>에서 "기만적일 정도로 편리한 이 도구들은 우리 자신이 생각하고 써 놓은 것에 대해 의심해 보는 태도를 퇴화시킨다"며 인간의 쓰기 영역에 파고든 AI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망설임 없이 글 한 편을 뚝딱 만들어내는 AI에 의존할수록 문장의 의미를 곱씹고 다시 쓰며 사고력을 키울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십년간 언어학에 매진한 저자는 인간이 '왜 쓰는지'에 대한 물음에서 책을 시작한다. 자신을 알아가고 표현하기 위해,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해, 타인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등 이유는 다양하다. 이런 목적을 가진 쓰기 활동을 AI에 맡겨버린다면 인간은 결국 자기 내면과 세상만사를 들여다보는 일에 손을 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AI를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AI는 영리하면서도 환영할 만한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가령 설명을 제공하는 문법 검사기는 교육 수단으로 활용할만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AI가 인간의 쓰기 활동을 침범하지 않는 마지노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AI가 생성한 글을 비판 없이 수용할 때 우리는 고유한 문체를 잃어버릴 수 있다.

저자는 AI의 창의적 글쓰기가 아직 인간을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라고 다독이기도 한다. AI는 입력된 인간의 언어를 짜깁기할 뿐 인간이 창의성을 길러내는 근원인 감정, 시대정신 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창의성을 판단할 때 우리는 단지 결과물이 아니라 창작 과정-환경, 지겨움, 고된 노력, 고뇌, 절정의 기쁨-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관점에서 비춰 보면 AI가 내세울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이 책은 AI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버린 게으른 일상의 필자들에게 깊은 경각심을 일깨운다. AI와 공생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을 제시한 것도 도움을 준다. 저자는 "AI야, 내 이메일 답장 초안을 잡아줘. 문법과 문체는 내가 결정할게"와 같은 주문으로 불가침 영역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저자가 챗GPT에 'AI가 작성한 글에 대해 저작권을 얻을 수 있는가?'와 같은 논쟁적인 질문을 던져 AI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깨알 같은 흥미 포인트다.

허세민 기자

바카라사이트 실시간 바카라사이트
  • 친절한 링크:

  • 바카라사이트

    카지노사이트

    바카라사이트

    바카라사이트

    바카라사이트

    바카라사이트 서울

    실시간카지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