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증오와 복수로 점철된 유럽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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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19
야만 대륙
키스 로 지음 / 노만수 옮김
글항아리 / 640쪽│3만8000원
최근 번역된 <야만 대륙>은 “전쟁 직후 유럽이 열어젖힌 서사는 재건과 부흥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무정부 상태로 전락한 역사”라고 반박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키스 로가 ‘선진 대륙’ 유럽의 야만적 민낯을 640쪽에 걸쳐 고발한다. 책은 2012년 펜 헤셀-틸먼상과 이탈리아 내셔널 체라스코 역사상 등 국제 출판상을 휩쓸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에서 사망한 사람은 3500만~4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전쟁고아들은 부모를 잃었고, 수많은 결혼 적령기의 청춘이 짝을 잃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처는 증오와 복수심의 굴레로 이어졌다.
정치인들은 복수심을 교묘하게 활용했다. 공산주의는 독일인과 파시스트, 부역자를 향한 적개심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저자는 “훗날 세계대전이 점차 냉전으로 변화하자 이러한 증오는 미국과 자본주의, 서구를 향한 혐오로 쉽게 전환됐다”고 분석한다. 민족주의자들은 전쟁 직후 독일인에 대한 증오를 부추겨 동유럽 각지의 독일계 주민을 추방했다.
저자는 “유럽 성공 신화의 배경에는 전쟁으로 인한 증오와 복수심이 깔려 있다”며 “오늘날까지 개개인과 공동체, 모든 민족이 복수로 인한 쓰라린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toplights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