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첫해부터 역성장?…'92년 전통' GDP 계산식 손대나 [김인엽의 매크로 디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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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무장관 "GDP서 정부지출 빼겠다"
1933년 개발 '국민계정항등식' 개정 시사
지난해 4분기 GDP의 17%가 정부 지출
바이든 '확장 재정'서 DOGE 지출 축소로
내년 1분기 역성장 우려에 사전 포석 깔아
학계선 "경제 정책 신뢰도 깨질 것" 우려
트럼프의 핵심 측근 중 하나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거시경제학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앞으로 GDP를 계산할 때 정부 지출을 제외하겠다는 겁니다.
거시경제학 수업을 들으면 첫 날부터 배우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계정항등식'이라는 건데요.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아래와 같이 계산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Y(GDP, 생산 또는 소득)=C(소비)+I(투자)+G(정부지출)+NX(순수출=수출-수입)
이 국민계정항등식의 탄생 시점은 19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공황 직후 경제성장을 측정할 지표가 없다고 판단한 미 상무부는 국립경제연구소(NBER)에 근무하고 있던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사진)에게 이러한 지표를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후 쿠즈네츠의 국민계정항등식은 뉴딜정책의 영향을 평가하는 등 다양한 정책 지표로 사용됐습니다.
경제지표분석업체 매크로마이크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 성장의 17.2%를 정부 지출이 기여했습니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을 실현에 옮기면 GDP의 5분의1에 가까운 수치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모두 줄이면 경제 성장률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해 확장 재정정책을 펼친, 즉 돈을 많이 푼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와 비교했을 때 기저 효과가 명확히 드러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성장 둔화 또는 마이너스 성장에 대비해 미리 대응 논리를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이미 일부 경제 지표는 이미 미국 경제의 역성장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은 지난달 28일 내년 1분기 미국 경제가 전기 대비 연율 기준 -1.5% 역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불과 열흘 전 '2.3% 성장'을 내다본 것과 비교하면 '성장률 쇼크'라고 부를만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성장 쇼크' 가능성에도 정부 지출을 줄이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거시경제 전문 기자 그렉 입은 "정부 지출 감소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해결하는 방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도, 현재도 미국의 무역적자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이 감소하고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서 생산을 늘릴테니 무역적자가 개선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해외국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관세 대상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해 미국의 수출을 막는다면 미국의 수출도 줄어들어 결국은 서로 상쇄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정부 지출 삭감이라고 WSJ은 진단했습니다. 정부 지출을 줄이면 우선 국내 소비가 줄어듭니다. 정부 고용 및 보조금이 줄어들면 시민들의 지갑이 홀쭉해지기 때문입니다. 또 정부 지출을 줄이면 이를 위한 국채 발행이 축소되고, 국채 공급이 축소되면 국채 가격이 상승(금리 하락)해 결국은 달러 가치가 하락합니다. 저달러는 미국의 수출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GDP 산출식을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정부가 산출식을 마음대로 바꾸면 통계의 연속성이 깨져 경제 정책의 신뢰성도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금융경제학 교수는 “1년 전, 5년 전, 10년 전과 비교해 우리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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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엽 기자 inside@toplights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