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안보 독립' 속도 높인다…국방 특별기금 5000억유로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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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 한도 늘려 자금 조달
인프라 투자 늘리고 군비 확충
차기 연립정부 구성을 협상 중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과 사회민주당 대표들은 4일(현지시간) 연정 협상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인프라 투자에 10년간 특별기금 5000억유로(약 768조원)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연방정부 예산인 4657억유로(약 715조원)를 넘는 규모다.
양당은 국방비 조달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1%가 넘는 부채를 허용하도록 기본법(헌법)의 부채한도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부채제동장치’로 불리는 이 규정은 연간 신규 부채를 GDP의 0.35% 이하로 제한한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2009년 도입됐지만 재정 운용 폭을 좁혀 경기 침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는 다음주 연방의회에 특별기금 조성을 위한 기본법 개정안을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메르츠 대표는 부채제동장치 개혁에 부정적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에 안보 분담을 요구하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중단하는 등 안보 정세가 급변하면서 의견을 바꿨다. 양당은 사민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녹색당 협조를 받아 이달 안에 특별예산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는 앞서 국가 부채가 EU 권고치인 GDP 대비 60%를 밑도는 경우 신규 부채 한도를 1.4%까지 늘리자고 제안했다. 모니카 슈니처 독일경제전문가위원장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국방비 목표를 GDP의 3.5%로 올리면 연간 1500억유로(약 230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EU는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을 촉진하기 위해 1200조원에 달하는 자금 동원 계획을 내놨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NATO를 통해 유럽에 제공한 ‘안보 우산’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7개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을 촉진하기 위해 최소 8000억유로(약 1237조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제안했다. 재정준칙에 따르면 회원국은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를 각각 GDP의 3% 이하, 60% 이하로 유지해야 하며, 이를 초과 시 EU 차원에서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국방 부문에 한해선 이를 면해줄 방침이다.
이날 집행위는 EU 예산 여유분 1500억유로(약 232조원)를 담보로 회원국에 방공체계·미사일·드론 등 각종 무기 공동 조달을 위한 저금리 대출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공동 예산을 담보로 하는 만큼 ‘유럽산 우선’을 명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소현 기자 y2eonlee@toplights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