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세 예상보다 빠르다"…한은, 금리인하 속도 늦추나
입력
수정
지면A5
서울 집값 상승세 확산에 경고한국은행이 최근 가계부채와 주택 거래량 증가세가 “예상을 넘어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집값이 오르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면 “정책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도 냈다. 올해 한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계획하고 있는 한은이 경우에 따라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 거래 늘면 1~2개월 시차 두고
부채 증가…유의해 지켜보고 있다"
상반기 추가 금리인하 없을 수도
박종우 한은 통화정책담당 부총재보는 13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간한 후 연 기자설명회에서 “지난달 가계대출이 예상한 것보다 조금 더 늘었다”며 “2월까지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이후 이 평가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금융위원회와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4조3000억원 증가했다. 1월엔 9000억원 감소했지만 한 달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전날만 해도 당국은 “1~2월 평균적으로는 가계대출 둔화세가 이어졌다”는 평가를 내놨지만 이날 설명회에선 경계의 목소리가 커졌다. 박 부총재보는 “2월 이후 주택 거래량이 예상보다 더 증가했다”며 “주택 거래가 늘면 1~2개월 시차를 두고 부채가 증가하는 만큼 유의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서울 일부 지역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된 이후의 시장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박 부총재보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가파른 집값 상승세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며 “상승세가 퍼지면 여러 가지 정책 공조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은이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한 정책 공조를 언급하면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애초 시장은 한은이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한 후 5월 또는 7월께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3~4월에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면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추가 금리 인하가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언급한 1~2회의 추가 인하 횟수도 2회보다 1회 쪽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영향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이 올해 0.60%포인트, 내년 1.53%포인트 더 커진다고 봤다.
신성환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향후 통화정책은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데 비중을 두고 운영하되, 가계부채와 주택 가격, 환율 등 금융 안정 상황에 유의해 추가 인하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toplights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