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타이어드?" 영어 발음 틀렸더니…교실서 벌어진 일 [이미경의 교육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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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풍경 바꾸는 'AIDT'
AIDT 도입 학교 현장 방문 취재
학생별로 영어 발음 맞춤 교정
교사에게는 학생 성취도 실시간 제공
인프라·구독료 등은 '난관'
일부 학부모·교사 "속도 조절 필요"
“굿 애프터눈(Good afternoon).” “아 유 타이어드(Are you tired?).” “아임 서스티(I’m thirsty).”
같은 날 대구 수성구 상동 덕화중 1학년 교실에서도 AIDT를 활용한 수학 수업이 한창이었다. 학생들이 노트북으로 문제를 풀자 임선하 교사는 자신의 태블릿에 표시된 정답률을 살피기 시작했다. 많은 학생이 틀린 문제는 칠판에 다시 적어 보충 설명을 했다. 임씨는 “AI가 직접 채점하고 문제별 오답률, 학생별 성취도를 분석해줘 수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일부 초·중·고교에 도입된 AIDT가 교실 풍경을 바꾸고 있다. AIDT 도입은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디지털 교육 혁신’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이 사업을 추진했다.
○ 인프라·예산 부족은 문제
용계초 3학년 이가원 양은 “가끔 시스템이 느려질 때가 있다”며 네트워크 환경의 불안정성을 지적했다. 같은 학년 김모군도 “문제를 풀다가 기기가 멈추거나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을 때가 있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구독료 부담도 AIDT 확대의 걸림돌로 꼽힌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내년도 AIDT 구독료 예산을 1766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월 구독료를 가장 낮은 수준인 3000원대로 예측해 산정한 금액이다. 각 학교가 고가 AIDT를 채택하거나 교과서 발행사가 구독료를 인상하면 추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지방 교육청 관계자는 “AIDT를 도입하면 구독료뿐 아니라 디지털 기기 구입과 클라우드 이용 요금까지 들기 때문에 재정 부담이 크다”며 “중앙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지역 교육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 학부모·교사, 속도 조절 의견도
다가오는 대선 결과에 따라 AIDT 정책 향방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동안 AIDT 전면 도입에 반대해온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면 AIDT의 지위가 교과서에서 선택적 보조자료로 격하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축소돼 교육청과 학교, 학부모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
앞서 민주당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AIDT 지위를 교과서에서 보충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이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의무 도입 시기를 2026년 3월로 유예했다.
대구=이미경 기자 capital@toplights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