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부총리의 美 국채 투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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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물가, 재정건전성 등 수많은 경제 변수의 예술적 총합이 국채 금리다. 국채 가격과 경제 상황이 어긋나면 시장의 복수가 시작된다. 이른바 채권 자경단이다. 국채 공매도로 영국 중앙은행을 굴복시킨 조지 소로스의 전설이 글로벌 자경단의 시초다. 3년 전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역시 자경단발 국채 가격 폭락에 44일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증시 폭락에도 눈 하나 깜짝 않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직진을 중단시킨 것도 국채 시장이다. 무리한 통상정책이 절대 안전자산이라던 미국 국채 가격까지 뒤흔들자 손을 들고 말았다.
최상목 부총리가 미국 국채에 투자 중인 일로 국회에서 매국노로 비난받았다. 야당은 ‘최상목 방지법’ 입법을 거론하며 공세 중이지만 글로벌 벤치마크 투자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민간인 시절 외화예금에 들었다가 공직을 맡은 뒤 미국 국채를 추천받았다는 부총리의 해명은 일리 있다. 미국 국채는 최 부총리 말처럼 가장 소극적 포트폴리오이자 방어적 투자 자산이다. 투기나 이해상충 논란에서 가장 자유롭다.
원화 약세에 베팅했다는 주장도 공감하기 어렵다. 환율은 최고 전문가에게도 미지의 영역이다. 관리가 가능하다면 환율 걱정으로 밤을 지새울 사람도 없을 것이다. 미 국채 보유액(약 2억원)보다 더 많은 돈(약 2억4000만원)을 한국 국채에 투자 중인 점도 원화 약세 베팅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다.
300명 국회의원 중 152명(51%)이 국내외 주식에 투자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재명 전 대표는 국방위 소속으로 방산주에 투자하기도 했다. 의원들의 특정 정보 취득 가능성과 주가 영향력이 부총리의 환율 영향력보다 못하다고 보기 어렵다. 언제나 이런 식의 내로남불이면 곤란하다.
백광엽 수석논설위원 kecorep@toplights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