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알고나면 민망한 말 '샅샅이'
입력
수정
지면S20
‘샅’은 ‘두 다리의 안쪽 사이’를 가리키니 우리 몸에서도 가장 깊고 손이 잘 안 가는 곳이다. 이런 의미의 ‘샅’을 겹쳐 씀으로써 속속들이, 즉 깊은 속까지 구석구석이란 뜻으로 쓰이게 됐다.
“사타구니 깊은 데까지 자세히”란 뜻
일상에서 무심코 하는 말 중에 “발에 낀 때같이 여긴다”라는 게 있다. “발가락에 낀 때”라고 하기도 한다. 하찮고 대수롭지 않은 것을 강조할 때 쓰는 말이다. 이 말은 몇 가지 변형된 형태로 쓰이는데, 우리 속담에 “발새 티눈만도 못하다”라는 게 그중 하나다. 이는 발가락에 난 귀찮은 티눈만큼도 여기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남을 몹시 업신여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를 “발가락의 티눈만큼도 안 여긴다”라고도 하는데, 같은 말이다. ‘때’가 ‘티눈’으로 대체됐다.그런데 우리말을 좀 아는 사람은 이를 ‘발새에 낀 때’라고 한다. 또는 ‘발샅에 낀 때’라고 한다. ‘발새’는 발가락과 발가락의 사이를 가리킨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옥화가 당신을 좋아할 줄 아우. 발새에 낀 때만도 못하게 여겨요”(김유정, <두꺼비>)라는 용례가 보인다.
‘발샅’ 역시 발가락과 발가락의 사이를 가리킨다. ‘발새’와 같은 말이다. 이때 보이는 ‘샅’이 흥미로운 말이다. 샅은 두 다리의 사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얼핏 보면 낯선 말인 듯하지만, 우리말에서 이 샅은 ‘샅바’에서부터 ‘사타구니, 샅샅이’ 같은 데에 쓰여 상당히 생활 밀착형으로 자리 잡은 친숙한 말이다. 샅바는 씨름에서, 허리와 다리에 둘러 묶어서 손잡이로 쓰는 천을 말한다. “샅바를 매다/샅바를 잡다/샅바를 쥐다”처럼 쓰인다. ‘샅+바’가 어울려 만들어졌다. ‘바’는 순우리말로, 삼이나 칡 따위로 세 가닥을 지어 굵다랗게 드린 줄을 말한다.
사타구니는 ‘샅’을 낮잡아 부른 말이다. 속담에 “사타구니에 방울 소리가 나도록”이라고 하면 ‘아주 급하게 뛰어가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참고로 ‘사타구니’는 ‘샅’에 ‘-아구니’가 결합한 말이지만 ‘샅아구니’로 적지 않고 ‘사타구니’로 적는다. 이는 명사 뒤에 ‘-이’ 이외의 모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어서 된 말은 그 명사의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는 규정(한글 맞춤법 제20항)에 따른 것이다. ‘지푸라기(짚+우라기), 끄트머리(끝+으머리), 이파리(잎+아리)’ 등이 모두 그런 규정에 따라 표기가 정해진 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