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맞서 스시 대신 김밥 선택한 일본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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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고등학생인 유타, 코우, 밍, 톰, 아타 5인방은 자잘한 사고도 치고, 적당한 일탈도 즐기며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내는 절친들이자 학교 음악동아리의 멤버들이다. 클럽에서 밤을 보내고 학교로 돌아오던 날, 유타와 코우는 교장이 학교 건물 앞에 전시하듯 주차해 놓은 샛노란 스포츠카를 세로로 세워놓는 장난을 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범인을 색출하는 수사가 시작되는 와중 일본 전역을 뒤흔드는 강력한 지진이 일어난다. 정치인들은 국가안보를 내세워 외국인들을 타겟으로 차별 정책을 강행하고 학교 역시 모든 학생을 CCTV 시스템으로 감시해 벌점을 주는 ‘패놉티(panopty)’ 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로 데뷔한
日 감독, 네오 소라의 첫 극영화
차별과 부조리가 고착화된 일본...
재일한국인, 대만인 등으로 이뤄진 5인방 통해
그 이후 세대를 그에 대항하는 주체로 그려내
하마구치 류스케,
미야케 쇼와 함께
일본 대표 작가주의 감독으로 등극
지진 이후 학교는 전시를 방불케 하는 파시스트적 지배 체제에 놓인다. 학생들은 작은 쓰레기 하나를 버려도, 애정행각을 하거나 쉬는 시간 이후에 이동만 해도 감시 카메라에 포착되어 벌점을 받게 된다. 이런 시스템 안에서 가장 차별받는 대상은 외국인 학생들이다. 특히 국가 장학금 후보인 자이니치(재일교포) 3세 코우는 감시 시스템으로 벌칙을 받고 장학금 자격을 박탈당하게 될까 마음이 불안하다.
코우가 차별의 역사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면 학교의 교장, ‘나가이’는 권력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들마저 수하에 두고 군림하는 자이자 궁극적으로는 ‘패놉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본격적인 감시 체제를 도입하는 지배 세력의 중심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패놉티’라는 명명은 흥미롭다. 이는 미쉘 푸코의 저서 <감시와 처벌: 감옥의 역사>에서 등장한 ‘패놉티콘(panopticon: 감옥의 중앙, 감시가 이루어지는 중심)’을 암시하는 단어이자, 학교를 통해 일본 사회의 비관적 미래를 예고하는 기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지진으로 인해 시작된 사회 내부의 균열은 곧 5인방의 균열로 이어진다. 코우는 같은 반 친구이자 운동가 ‘후미’의 능동적인 행보에 이끌리게 되고 그녀가 참여하는 거리 시위 운동에 합류한다. 코우의 단짝인 유타는 클럽이 아닌 시위장으로 향하는 코우가 못마땅하다. 한편 5인방 안에서 친구들의 해결사가 되어주던 톰은 아버지가 사는 나라인 미국으로의 이민을 앞두고 있고 이러한 틈에서 밍과 아타는 그들만의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짤막하고도 코믹한 장면이지만 이 대목은 세대 간의 차이, 혹은 세대교체를 종용하는 네오 소라식 유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해피엔드>는 그런 멜랑콜리를 간직한 영화다. 미래를 통해 유년을 추억하는 영화, 동시에 그 유년의 이전 시대에 있었던 아름답지 못한 과거와 현재를 말하는 영화. <해피엔드>가 한국에서도 그러하지만 일본에서 더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었으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