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속 글로벌 경쟁력 키우는 로펌…컨설팅 역량 강화, AI 활용으로 파고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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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솔루션으로 생존전략 모색국내 법률시장을 주도하는 로펌들이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과 국내 조기 대선이라는 변수 속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 컨설팅 역량 확대,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이라는 세 가지 무기로 맞서고 있다. 단순한 법률 자문을 넘어 기업의 고민을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컨설팅 역량을 갖춘 로펌이 더 큰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통상 정책에 선제적 대응
TF팀 가동, 해외 사무소 설립 등
단순 자문 넘어 종합컨설팅 제공
학계·산업계·정부 등 네트워크 활용
조세·ESG·가업승계 등 서비스 확장
상법·상속세제 개편에도 철저 대비
AI 솔루션 도입…업무효율성 제고
법률용어 특화 AI 시스템 적극 활용
최신 판례·계약서 등 신속히 제공
◇ “글로벌 불확실성 커졌지만 미래 준비해야”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로펌 대표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한국 기업과 법률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곤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는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이라며 “올해 법률서비스 시장 전망은 상당히 어둡다”고 진단했다.로펌들은 미 관세정책발(發) 생산기지 변동 등으로 인한 신규 인수합병(M&A) 시장 창출에 따른 해외 자문 수요를 기대하고 있다. 광장은 해외 M&A 분야에서 국내 로펌의 주도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국제분쟁 시장 겨냥을 위한 싱가포르사무소 설립 계획도 공식화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과거에는 아웃바운드 딜 추진 과정에서 해외 유명 로펌이 주축이 됐다면 지금은 국내 로펌이 딜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며 “광장은 오랜 M&A 자문 경험과 더불어 기업 고객과의 우호적 관계를 지렛대 삼아 아웃바운드 딜 시장에서 성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평양은 ‘통상전략혁신허브’를 통해 글로벌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준기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변화, 과학기술 발달이란 키워드를 바탕으로 변화 속에 숨은 기회를 포착하는 통찰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대형 로펌, ‘법률 자문 넘어 컨설팅’ 강화
대형 로펌들은 법률 자문을 넘어 기업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컨설팅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AI 시대 법률 자문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태평양은 지난 3년간 글로벌미래전략센터, 통상전략혁신허브, 미래금융전략센터 등 기업의 싱크탱크 역할을 대신할 ‘브레인 조직’을 구축했다. 이 대표변호사는 “여러 분야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혁신적인 전략이 필요한 업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고객이 원하는 걸 신속하게 파악하면서 여러 조직이 적극 협업해야 이처럼 복잡한 업무에서 차별화된 성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율촌은 기업 지배구조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최근 CGC센터(기업지배구조센터)와 경영권 분쟁·기업승계자문센터를 신설했다. 율촌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최윤범 회장 측 대리)과 LG그룹 상속분쟁(구광모 회장 측 대리) 등 주요 사건에 참여하며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세종 역시 AI, 가상자산, 컴플라이언스 등 10개 이상의 신설조직을 통해 컨설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오종한 세종 대표변호사는 “세종뿐만 아니라 모든 로펌이 컨설팅 업무를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투자하고 있다”며 “종합 컨설팅 업무의 성격을 갖는 분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화우는 책무구조도 컨설팅, 내부통제 설계 등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으며, GRC(Government Relations Consulting)센터를 통해 정책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자산관리센터를 통해 고액 자산가의 자산 승계 설계를 지원하는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명수 화우 대표변호사는 “프랙티스그룹(PG) 18개를 신설해 경영권 분쟁, 영업비밀 침해 등 복합적 이슈에 대해 여러 분야 전문가가 함께 일하는 원스톱 서비스 모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지평은 ‘리걸 앤드 비욘드’를 비전으로 내세우며 컨설팅업체 출신 전문가를 적극 영입하고 있다. 이행규·김지홍 지평 공동 대표변호사는 “법률과 비법률 자문의 경계를 넘어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 AI 활용한 업무 혁신
주요 로펌은 AI 기술을 활용한 업무 효율성 제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김앤장은 법률 용어에 특화한 번역 AI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활용하고 있으며, 고객 정보 보안을 위해 온프레미스 방식의 AI 솔루션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지평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자체적으로 법률 AI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올해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른은 리걸테크기업 로앤굿과 함께 선거법 분야 AI 챗봇을 개발했다. 강경훈 와이케이 대표변호사는 “변호사 1명당 ‘AI 리서치 비서’를 둬 노동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로펌들은 올해 6·3 조기 대선으로 인한 정책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나 상속세제 개편 등이 기업 경영 환경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이동훈 바른 대표변호사는 “회사뿐 아니라 주주도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이 도입되거나 논의 중인 상속세제 개편작업이 마무리되면 기업의 법률 자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대표변호사는 “정권이 교체되면 노사 문제나 상법 개정 등 여러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허란 기자 why@toplights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