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관료 수백명 모인 이유가…눈치싸움에 '초긴장'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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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경제금융 관료 워싱턴 총집결
"국익 지켜라" 특명에 정보전 치열
워싱턴 내 호텔들은 각국 정부 및 민간 사절단으로 북적이고 있다. 매해 4월과 10월에 고정적으로 진행되는 행사지만, 올해 워싱턴의 분위기는 종전에 볼 수 없었던 긴장감이 뚜렷하다. 화두는 단연코 ‘트럼프 관세’다. 글로벌 무역시스템 뿐만 아니라 각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까지 모두 이 문제에 연결돼 있어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이번 주 트럼프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는 만큼 전 세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 “국익 지켜라” 외교력 집중
각국 경제관료들은 전부 국익을 지키기 위해 누구와 무엇을 논의해야 할지를 두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트럼프 정부가 혼란스러워 보이는 관세정책을 내세워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무엇을 내주면 만족할지에 대해 작은 정보라도 파악하려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관세협상의 핵심 키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일거수 일투족이 최대 관심사다.
이들이 가장 주목하는 순간은 한국과 미국의 첫 관세 협상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베선트 장관 및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4일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 9시)에 2+2 형태의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일본도 이번 주 2차 협상이 예정돼 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장관)이 24일 베선트 장관과 만난다. 지난 16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이 참석한 미일 첫 협상 자리엔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등판했다. 이번 주 우리나라와의 협상장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간의 대미 외교전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주 주요 산업 부문별 협회장들과 함께 워싱턴을 찾아 트럼프 관세 대응책을 모색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도 이번 주 기업인들과 함께 워싱턴을 찾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등과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 국제기구 위상 변화도 주목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상징하는 세계은행과 IMF의 위상 변화도 참가자들의 관심사 중 하나다. 최대 출자자였던 미국이 발을 빼려 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후 두 기관의 이사회 자리에 미국 대표를 지명하지 않았다. 적극적 투표권도 행사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일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지지자들은 국제기구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탈퇴까지 가지 않더라도 다양성이나 기후변화 의제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면서 지원금을 삭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제기구의 직간접적 자금지원이나 대출 등에 힘입어 국가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아프리카·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는 중요한 문제다.
미국이 미국 국적자를 총재로 임명하는 관행이 있는 세계은행 총재 교체 여부도 주목받는 중이다. 트럼프 1기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김용 총재가 임기를 3년 남기고 자진 사퇴했다. 데이비드 멀패스 전 재무부 차관이 후임을 맡았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현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2023년 6월부터 재임)도 교체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방가 총재는 최근 에너지 프로젝트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고 원자력과 천연가스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하는 등 트럼프 정부의 의제에 보조를 맞추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IMF도 미국의 입김이 강한 조직이지만, 유럽계가 총재직을 맡는 것이 관행인 만큼 리더십이 바뀔 가능성은 세계은행처럼 높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