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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쉬었다고요?"…토익 960점 취준생도 '분노 폭발' [이슈+]

"학점 4.0·토익 960점도 서류전형 광탈"
'쉼 당하는' 청년들

"작년에는 서류 합격 했는데…올해는 떨어져"
'그냥 쉬었음' 청년 중 71% 과거 취업 경험 있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왜 자꾸 그냥 쉬었다 하나요, 사회적으로 쉼을 당한 거예요."

서울의 한 상위권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경영을 복수전공한 A씨(25)는 올해로 취업 준비 1년 차다. 작년엔 30개 넘는 자소서를 쓰며 여러 기업에 도전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서류 합격률은 뚝 떨어졌고, 아예 문과 직무 TO(채용 인원)를 없앤 대기업도 있었다.

A씨는 이른바 '스펙 고인물'이다. 4.5 만점에 4.0의 학점, 토익 960점, 오픽 AL, 직무 관련 계약직 경력 8개월, 자격증과 산학협력 프로젝트 경험도 다수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그는 "서류를 이곳 저곳 난사해도 21개가 최대였다. 작년엔 서류합격 했던 회사들인데 이번엔 죄다 탈락이었고, 일부 대기업은 문과 TO 자체가 없었다"며 "눈 낮춰 중소기업도 썼지만, 거기서도 떨어졌다. 대기업만 노린다면서 우리를 탓하는 게 제일 억울하다. 눈 낮춰도 안 받아주고 중소는 금방 나갈까 봐 오버 스펙 지원자는 안 뽑는다"고 말했다.
보험계리사 시험을 준비중인 C씨/사진=C씨 제공
수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2년 넘게 취업을 준비 중인 B씨(28)는 "지금까지 1년 정도 인사·회계 쪽으로 경력을 쌓았고, 중국어랑 관련 자격증도 몇 개 있다"며 "면접장 가보면 놀랍다. 같이 면접 보는 사람들이 석박사에 유학까지 다녀온 분들이고, 그분들도 지금 계약직 신입 자리를 지원하더라. 진짜 취업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B씨는 "요즘 '그냥 쉰다'는 말, 솔직히 좀 많이 억울하다. 우리도 필기, 자격증, 기업 분석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이걸 공백기라거나 그냥 논 거라고 하면 너무 맥 빠진다. 취업 준비하면서 2~3개월은 면접 준비하다 날린다"며 "이 시간도 사실 쉬는 시간이 아니라 진짜 준비하는 시간인데, 그걸 다 무시하는 것이고 어차피 평생 일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만약에 진짜로 1~2년 쉬었다고 해도 그렇게 나쁘게 볼 일인가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명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 중인 졸업 예정자 C씨(25)는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다 최근 보험계리사 시험으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기업 TO가 거의 없어지면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경제학과라 관련은 있지만, 수학·통계 위주라 쉽진 않다"며 "시험 붙는다고 바로 일자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니, 선택이라기보다 생존에 가깝다”고 말했다.

'눈 낮추면 다 되나'…청년들 '그냥 쉬었다' 표현 반감

이처럼 최근 청년들 사이에선 '그냥 쉬었다'는 표현에 반감을 가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 '스스로 쉰 것'이 아니라, 구조적 현실에 의해 '쉬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자각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그냥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15~29세)은 50만4000명으로 이 가운데 71.4%인 36만 명은 과거에 취업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이들이 단순히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않은 '니트(NEET)'가 아니라, 한 번 진입했다가 고용 구조나 조건 문제로 이탈한 경우가 대부분인 셈이라는 걸 반증한다.
1명 채용에 몰린 지원자 수/출처=온라인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청년들의 분노는 고스란히 묻어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규직 1명 뽑는 데 350명에서 최대 1198명이 몰린다. 이쯤 되면 다수가 쉬는 게 아니라 쉼을 강요당한 거다"라는 글이 올라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성자는 "요즘 올라오는 채용공고마다 지원자 수 보면 기가 찬다. 몇백 대 1 경쟁인데 누구 하나 빼고는 다 떨어지는 구조 아닌가. 그걸 두고 아무것도 안 한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적었다.

댓글 창도 공감으로 가득했다. 누리꾼들은 "공공기관 계약직인데 정규직 시험 준비하라는 부모님 설득이 안 된다. 1명 뽑는 데 100명이 넘는다고 해도 믿지를 않는다", "온종일 공고 검색하고 밤엔 알바사이트까지 뒤지다가 잠든다. 그런데도 취업이 안 되면 내 탓만 해야 하나"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대기업도 줄이고, 중소기업도 줄었다…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는 구조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미취업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미취업 청년들은 취업 준비에 매진하느라 구직이 어려웠던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들은 자격증이나 시험 준비(19.6%)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고, 적합한 일자리 부족(17.3%), 과도한 스펙·경력 요구(13.8%) 순이었다. 한경협은 미취업 청년의 구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휴식 등 자발적 요인보다 취업 환경에서 기인한 비자발적 요인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청년 고용의 핵심 축인 대기업은 올해 취업의 문을 걸어 잠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61.1%가 상반기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은 문과 직무 채용 TO 자체를 없애는 식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기업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서울 중위권 대학을 졸업해 1년 반째 취업을 준비하다 포기하고 알바를 전전한다는 D씨(27)는 "중소기업도 세후 월급 200만원 넘는 곳은 경쟁률이 180:1에서, 많게는 250:1까지 치솟는다. 평범한 회사도 바늘구멍"이라고 했다.

노동시장 '미스매치'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경총은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 중 '쉬었음'으로 돌아가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진입 후 열악한 환경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쉬고있는 구직자들'…개인의 탓 아닌 구조적 문제

기사와 관련없는 이미지 입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개인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결국 사회 전반의 무기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7.3명에 달하며, 특히 10대부터 30대까지 청년층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취업난과 무기력, 고립은 이제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병증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 현상은 심리학적으로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볼 수 있다. 무기력감은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점차 형성되는 것으로 이는 우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무기력은 성격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니며 개인을 탓할 일이 아니라, 사회 구조가 그렇게 만든 것"이라며 "무기력감이 쌓이면 단순히 '나 무기력해'라는 수준이 아니라, 아주 쉬운 일조차 시도하지 않게 된다. 방에서 나가는 것조차 어려워지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또한 "현재 청년들은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는 사회 구조와 문화적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자 했던 욕구가 반복적으로 차단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 무기력감은 더욱 심화한다"며 "결국 '쉬고 있다’는 시선과 '쉼 당했다'는 주장이 공존하는 사회가 된다. 특히 취업 구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치는 비교 이미지들이 청년에게 박탈감을 안기고, 이런 것들이 누적되며 사회적 무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청년들의 취업난이나 구직 단념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엔 이제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경제·사회 구조가 더 큰 원인이 되고 있다"며 "요즘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학력도 높고 준비도 잘 되어 있지만, 결국 문제는 노동시장 내 수급 불균형인데 청년들 역시 이러한 현실을 인지하고 있고, 그 결과 자기 탓보다는 구조적인 실업 문제로 인해 취업을 포기하는 현실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toplights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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