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도움 필요해요" 마지막 문자…콜드플레이가 남긴 것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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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 6일간의 내한 공연 마무리
30만 관객들과 뜨거운 교감 '친근한 소통'
지속가능성 '화제'…韓 팔찌 회수율 1위
예매 관객에 이동 수단·거리 조사도
◆ 자유·사랑·연대로 채워진 '콜드플레이'라는 우주
프론트맨 크리스 마틴은 관객들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그의 "1, 2, 3" 구호에 맞춰 팬들은 일제히 자세를 낮췄다가 높게 뛰어올랐고, '파라다이스'에서는 흥겨운 떼창을 무대 위로 보냈다. 최고의 히트곡 '비바 라 비다'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일제히 "워어어어어"라고 노래했고, 크리스 마틴은 돌출 무대로 달려 나가며 팔을 힘껏 벌려 온몸으로 함성을 만끽했다. '피플 오브 더 프라이드' 무대에서는 무지개색 천을 펼쳐 보이며 어떠한 경계도, 구분도, 제약도 없는 공간의 행복을 느끼게 해줬다.콜드플레이는 종이 재질의 안경인 '문고글'을 제공했다. 문고글을 착용하고 조명을 바라보면 빛의 번짐이 하트 형상으로 구현됐다. 사방에서 하트 모양이 살아 움직이는 연출은 이번 공연의 핵심 메시지인 '사랑'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감정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냈다. 무대 상수 위쪽에는 'LOVE'라고 적힌 조그마한 깃발이 내내 바람에 펄럭였다. 사랑으로 꽉 찬 공간. 콜드플레이가 만든 새로운 세상, 또 하나의 우주였다.
콘서트 대기 중에는 스태프가 스탠딩석 관객들에게 배지를 나눠주는 이벤트로 지루함을 달랬다. 콜드플레이의 깜짝 티켓 선물도 화제가 됐다. 한 네티즌이 공연장 밖에서 노래를 따라부르며 즐기던 중 스태프로부터 "콜드플레이를 좋아하느냐"는 말을 듣고 "사랑한다"고 답하자 예매자에 '아티스트'라고 적힌 스탠딩 티켓 2장을 선물로 받았다며 인증샷을 올린 것. 해당 네티즌은 "인생 진짜 모를 일이다. 좋아하는 것을 꽉 붙잡고 살자"고 전했다.
이 밖에도 콜드플레이는 매 회차 10여명의 농인을 초대했다. 공연장의 리듬을 전달하는 '웨어러블 조끼'를 제공하고, 수어 통역사 세 명을 배치해 특별한 자리에서 공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했다.
◆ 日 꺾고 팔찌 회수율 99%…이동 수단·거리 설문까지
이후 2021년 탄소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이겠다고 약속하며 투어를 재개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지속가능 항공 연료(SAF)와 생분해성 종이 꽃가루를 사용해 공연을 진행했다. 무대도 재활용 강철을 포함해 가볍고 탄소 배출량이 적으며 재사용할 수 있는 소재를 조립해 사용했으며, 콘서트 티켓 한 장이 판매될 때마다 나무를 한 그루씩 심었다.
내한 공연 현장에서는 콜드플레이의 노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전력에 도움이 되는 키네틱 플로어가 설치돼 그 위에서 관객들이 점프하면 해당 에너지가 다음 공연의 C스테이지를 가동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같은 방식으로 가동하는 '파워 바이크'도 설치돼 일부 관객들이 공연장 한편에서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객석 안으로는 플라스틱병에 담긴 생수의 반입이 금지됐다. 대신 멸균 종이 팩에 든 생수를 팔았고, 다회용 물병에 물을 담아 마실 수 있도록 워터 스테이션이 준비됐다.
이번 공연 전까지 1위는 97%의 회수율을 기록한 일본 도쿄와 핀란드 헬싱키였다. 이에 팔찌 회수율을 두고 '한일전' 구도까지 펼쳐졌다. "분발하자"는 관객들의 목소리가 모이면서 지난 18일 공연에서 회수율이 98%를 기록했고, 이어 지난 24일 99%를 달성하며 콜드플레이 역대 월드투어 중 가장 높은 회수율을 보인 도시로 기록됐다.
공연이 끝난 뒤 예매 관객들에게는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콜드플레이가 여러분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내용으로, 공연 주최사 라이브네이션과 콜드플레이 측에서 진행하는 설문조사였다. 설문지를 통해 "팬 여러분의 이동 수단이 투어 전체 탄소 발자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고 계셨냐"며 공연 회차와 왕복으로 이동한 거리, 이용한 교통 수단, 차량의 연료 방식, 차량에 탑승한 인원 수, 차량의 크기, 비행기의 좌석 등급 등에 관해 물었다. 이는 투어 발자국 분석에 쓰일 예정이다.
◆ 트와이스·BTS 진·로제…K팝 스타에도 빠졌다
관객들 사이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대형 K팝 스타들의 등장에 "티켓값이 안 아깝다"는 반응이 나왔다. 3일차 공연을 본 관객 A씨는 "콜드플레이를 보러 간 건데 방탄소년단 진까지 나와서 정말 좋은 추억이 됐다"며 "특히 트와이스는 사전 공연 시간이 길었는데, 보다가 팬이 됐다. 다음에는 트와이스 콘서트를 가보려고 알아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가수 지드래곤, 배우 정해인,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 배우 류준열, 공효진, 정려원 등이 공연장을 찾았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toplights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