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패션업계 '불황'…패션플랫폼 '호황'
AI 기반 맞춤형 추천서비스 구매 전환 높여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패션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패션 플랫폼들은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량이 많은 인기 상품을 선호하던 이전과 달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서다. 특히 남성 소비자들의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수는 챗GPT보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대형 패션업계 '불황'…패션플랫폼 '호황'

6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 대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은 전년 대비 악화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2조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은 전년 대비 3.4% 감소한 1조3086억원에 그쳤다.

반면 패션 플랫폼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였다. 무신사는 지난해 매출 1조2427억원으로 전년 대비 25.1%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1조원대를 돌파했다.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코퍼레이션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3343억원을 기록했다.

소비심리 위축에도 패션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소비 형태의 변화를 주목해 AI기반 개인화 추천 기술을 발 빠르게 적용한 점이 주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AI 기반 맞춤형 추천서비스 구매 전환 높여

무신사와 에이블리 등은 AI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 취향을 정밀하게 분석, 맞춤형 상품 추천과 코디 제안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구매 전환율의 크게 높아졌고, 소비자 만족도 역시 상승했다. 이는 이용자 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패션플랫폼 앱은 인기앱보다도 이용자 수 성장세가 높았다.

모바일 앱 리서치 기관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4910은 지난해 설치 건수가 100만건 이상인 앱 가운데 전년 대비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가장 많이 성장한 앱 1위를 기록했다. 평균 MAU는 전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하면서 챗GPT,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 등 인기 앱보다도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4910에 따르면 공식 출시한 지난해 3월 이후 7개월 만에 MAU 100만명을 돌파했다. 에이블리가 론칭 1년6개월 만에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약 2.6배 빠른 속도다. 10대부터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거래액과 매출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 1월 4910 첫 구매 고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9배 증가, 신규 회원 수도 6배 늘었다. 소비 침체와 패션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배, 거래액은 6배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에이블리의 AI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에 상품 찜, 뷰, 클릭 등 남성 고객의 취향 데이터를 접목해, 남성 고객도 '남들이 많이 입는' 또는 '인기 랭킹 10위권 내 스타일'을 넘어 '자신만의 취향, 개성에 맞는 패션'을 즐길 수 있는 쇼핑 환경을 구축한 것이 주요했다는 설명이다.

4910 관계자는 "자신만의 개성, 스타일을 중시하는 남성들이 늘고, 남성 의류 쇼핑 패턴 역시 대형 쇼핑몰, 백화점 등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구매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향후 온라인 남성 패션 시장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AI를 활용한 서비스는 고객 만족도를 높여 재방문과 재구매율을 높일 수 있는 주요 기술로 자리 잡았다"며 "얼마나 만족도 높은 개인화 추천 기술력을 가졌는지, 그에 따른 탄탄한 상품 구성이 향후 패션 시장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귀띔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toplights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