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트법에 발묶인 아이들…韓유일 완구박물관 '개점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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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미만 카시트 의무' 규제에
어린이집 등 단체 관람객 '뚝'
유지비만 매년 500만원 나가
당시 유치원에서는 이런 차량을 찾을 수 없어 계획한 현장 탐방을 급히 취소하는 소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의 불똥이 한립토이뮤지엄으로도 튄 것이다. 여파는 심각했다. 예약했던 200팀 중 150여 팀이 방문을 취소했다. 그해 어렵사리 버티던 한립토이뮤지엄은 크리스마스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이후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곳 출입문은 닫혀 있다. 어린이날을 거르는 것도 올해가 다섯 번째다.
한립토이뮤지엄은 한립토이스 대표인 소재규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일생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사재 약 100억원을 쏟아부어 2007년 건립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완구종합박물관이다. 1974년 설립된 한립토이스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완구 제조사다. 박물관엔 10만여 점의 희귀한 완구가 전시돼 있다. 국내 1세대 완구인으로 꼽히는 소 이사장이 1970년대 후반부터 해외 전시회를 참관하거나 출장을 다니며 모은 물건이다.
이곳에선 1970~1980년대 대표 애니메이션인 태권V와 마징가, 아톰 등 다양한 원조 피규어를 볼 수 있다. 또 1930년대 제작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와 픽사의 토이스토리 등 해외 유명 피규어도 있다. 어린이와 부모의 소통을 돕는다는 취지로 건물 내 와이파이도 설치하지 않았다. 소 이사장은 “독일 뉘른베르크나 일본 각지에 출장을 다니면서 어린이에게 즐거움을 주는 완구박물관이 많은 걸 보고 놀랐다”며 “한국에도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 싶어 완구인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지은 박물관인데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립토이뮤지엄은 지금도 완전히 문을 닫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전기요금 등으로 매년 5000만원 넘는 돈이 들어간다. 이런 가운데 카시트법은 준수 불가능하고 경찰 단속도 어려운 어정쩡한 상태로 사문화되고 있다. 소 이사장은 “어린이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성 없는 규제로 정작 어린이들이 동심의 경험을 쌓을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는 상황을 개선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toplights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