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대입 변수 된 학교폭력…"대학 못갈까 겁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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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모든 전형에 '처분결과' 의무 반영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해마다 급증하는 가운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처분이 대학 입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교육 현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학폭위 심의 과정의 전문성에 의문이 확산하며 사소한 갈등조차 학교폭력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학폭 심의 7446건…28% 급증
경미한 2호 처분도 대입엔 '치명적'
심의위원 상당수 비전문가 학부모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 어려워"
"혹시 학폭 될까"…학생들 일상 위축
6일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7446건으로 전년(5834건) 대비 27.6% 증가했다. 학폭위 결정에 불복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교육부가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학폭위 처분에 불복한 행정심판·소송 건수는 2020년 767건에서 2023년 1854건으로 급증했다.
◇학폭 기록, 올해부터 입시와 직결
학폭위 결정이 입시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자 심의 과정의 전문성 부재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학폭위 전문성이 논란이 되는 이유로는 위원 구성 방식이 꼽힌다. 교육부가 배포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에 따르면 학폭위는 10인 이상~50인 이내로 구성하며 전체 위원 3분의 1 이상을 학부모로 위촉해야 한다. 여기에 참여하는 학부모 위원 상당수가 비전문가인 까닭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학폭위 위원장을 맡은 경험이 있는 한 전직 고등학교 교장은 “전문성이 없는 학부모 위원은 피해자가 감정적으로 호소하면 고의성, 당사자 간 평소 관계 등 학교폭력의 핵심 구성 요건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판단을 내리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위축된 학생들…“제도 개선 시급”
학폭위 결정의 예측 불가능성과 입시 불이익에 대한 우려는 학교 현장에 과도한 불안 심리를 확산시키고 있다. 서울 정릉동의 한 고3 학생은 “쉬는 시간에 농구를 자주하는데 몸싸움이 생기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1년간은 농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고3 학부모는 “아이가 친구들과 대화할 때 비속어를 쓰더라”며 “이런 언행이 학교폭력으로 오해받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실제로 비슷한 사례로 학교폭력 처분을 받은 학생이 행정심판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전문가들은 학폭위 운영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허종선 법무법인 한별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는 “위원 구성에 경찰, 변호사, 청소년 상담 전문가, 교육행정 전문가 등의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진술서 작성 단계부터 사건 당사자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제도에서는 학폭위 절차에 변호인 조력권이 명시돼 있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가 전문적 법률 조언 없이 복잡한 절차에 대응해야 한다.
이미경 기자 capital@toplights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