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부자로 안 죽어, 2045년까지 전 재산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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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액 2000억달러 넘을 듯
머스크 겨냥 "세계 최고 부자
가난한 국가 어린이들 죽여"
게이츠는 8일(현지시간) “부자로 죽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굳게 결심했다”며 이 같은 결정을 공개했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들고만 있기에는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가 너무 많다”며 “앞으로 20년 안에 재산의 사실상 전부를 게이츠재단을 통해 전 세계의 생명을 구하고 개선하는 데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게이츠재단은 2045년 12월 31일 영구적으로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가 전처인 멀린다와 2000년 설립한 게이츠재단은 원래 게이츠가 사망한 시점부터 20년 더 운영한 뒤 활동을 종료할 예정이었다. 게이츠는 변경된 계획에 관해 “우리는 앞으로 20년 동안 기부액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며 “재단이 지금부터 2045년까지 2000억달러를 넘게 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재단이 향후 20년간 활동을 집중할 분야로 임산부와 어린이 사망률, 소아마비와 말라리아를 비롯한 치명적인 감염병, 빈곤 문제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정부효율부를 이끈 일론 머스크가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해체하면서 미국의 해외 원조 예산이 크게 축소된 것이 게이츠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는 이날 보도된 뉴욕타임스(NYT) 매거진 인터뷰에서 “USAID 예산 삭감은 충격적”이라며 “당초 2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80% 이상 삭감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삭감 폭이 너무 커서 일부가 복원되더라도 지원받는 국가는 어려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USAID 해체를 주도한 머스크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게이츠는 “세계 최고 부자(머스크)가 최빈국 어린이의 죽음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가장 가난한 어린이들을 죽이는 건 보기 좋지 않다”며 “USAID의 갑작스러운 예산 삭감으로 생명을 구할 식품과 의약품이 창고에서 썩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미국이 다시 국제 원조에 관심을 기울이기를 기대한다”며 “내 기부는 정부 역할을 대체할 수 없고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인 기자 hey@toplights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