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삼성의 HBM 추격…AI 메모리 '올인' 전략으로 돌파 [반도체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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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SK하이닉스 분석 기회와 리스크
'전방위 AI 메모리 공급자' 목표로
AI담당 조직 신설...차세대 제품 발굴
계속 커지는 AI 메모리 시장
기업용 SSD, CXL 관심 커져
올해 영업익 36조
'순현금' 상태 진입
한국경제신문 반도체 담당 기자들이 온라인 코너 '반도체 포커스' 연재를 시작합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반도체 대기업과 엔비디아 등 외국계를 담당하는 산업부 전자팀, 반도체 최신 기술을 취재하는 테크&사이언스부 테크 담당, 중소기업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담당 기자가 함께합니다. 국내외 반도체 산업 생태계 곳곳에서 발생한 뉴스를 한경 만의 관점을 담아 전해드립니다.
공급망 다변화 벼르는 엔비디아
단일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이 SK하이닉스의 잠재적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판매법인 ‘SK하이닉스 아메리카’의 지난해 매출은 33조4859억원으로 전년(12조5419억원)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엔비디아로부터 나왔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미국 판매법인을 포함한 미국(미국 고객)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매출은 66조원이다.
다만 엔비디아가 HBM 공급망 다변화를 벼르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빨리 차세대 HBM 등의 납품을 시작해 SK하이닉스 물량을 잠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HBM4 역전 노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인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미국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의 ‘품질검증’을 통과하고 12단 제품의 양산을 시작했지만, SK하이닉스의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삼성전자는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품질검증을 진행 중이다. 오는 6월말 품질검증 통과가 목표다. HBM3E ‘공급 적기’를 놓친 삼성전자는 6세대 제품인 HBM4에서 역전하기 위해 역량을 총집결하고 있다.
삼성이 HBM4에 승부수를 던진 배경은 HBM4부터 파운드리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해 SK하이닉스는 HBM3E까지 자체 공정으로 만들었던 로직다이를 HBM4부터는 세계 최고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맡기기로 했다.
'차세대 HBM' CXL, 삼성이 1위
HBM을 제외한 차세대 반도체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반도체 업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가 대표적이다.CXL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각 장치를 빠르게(익스프레스) 연결해 메모리 용량을 늘리는 차세대 기술이다. D램에 CXL 기술을 적용하면 메모리 용량이 10배 이상 확장되고 전송 속도도 빨라진다. CXL이 HBM만큼 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욜에 따르면 글로벌 CXL 시장 규모는 2023년 1400만달러(약 203억원)에서 2028년 158억달러(약 23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보다 한 발 늦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CXL 2.0 기반 96GB DDR5 D램 제품의 고객 인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128GB 제품도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넘버3’인 마이크론은 2023년 CXL 2.0 기반 최대 256GB 메모리 확장 모듈을 내놓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따라잡기에 나섰다.
AI데이터센터용 eSSD 경쟁 치열
AI데이터센터 핵심 반도체로 떠오른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도 경쟁이 치열하다. eSSD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반 저장장치다.지난해 4분기 기준 세계 eSSD 점유율은 삼성전자 45%, SK하이닉스 32%, 마이크론 10%다. 2020년까지 삼성과 인텔의 양강 구도였으나 SK하이닉스가 고용량 eSSD에 특화한 인텔 낸드 사업부(현재 솔리다임)를 2020년 10월 인수하면서 2위로 뛰었다.
AI메모리 집중...비주력 사업 축소
SK하이닉스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파운드리, 시스템 반도체 등 여러 사업을 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AI 메모리 반도체 하나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SK하이닉스는 AI에 집중하기 위해 비주력 사업도 정리하고 있다. 지난달 CMOS 이미지센서(CIS) 사업 철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미지센서는 빛을 감지해 전기적 신호로 전환한 후 이를 다시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반도체로, 스마트폰이 주요 응용처다.
중국에 거점을 둔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으며, 주로 전력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 등 레거시(범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toplights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