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챗GPT로 강의 준비"…등록금 환불 요구한 美학생
입력
수정
강의 노트에 왜곡·오탈자 발견
1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2월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공부하던 노스웨스턴대 4학년생 엘라 스테이플턴은 담당 교수가 학교 시스템에 올려놓은 조직 행동론 수업 강의 노트로 복습하던 도중 문제 내용을 발견했다.
강의 노트에는 "모든 분야에서 확장해. 보다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써" 등 교수가 챗 GPT에 내린 명령으로 추정되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이에 해당 과목을 맡은 릭 애로우드 겸임교수의 다른 강의자료들을 살펴본 스테이플턴은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 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오류들을 발견했다. 텍스트에는 어색한 표현과 황당한 오탈자가 있었고, 사람 사진에는 왜곡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과목의 강의계획서에는 과제물 작성이나 시험 답안 작성에 무단으로 AI나 챗봇을 이용하는 것은 금지된 부정행위라고 돼 있었다. 스테이플턴은 "교수가 우리한테는 못 쓰게 하면서 정작 본인은 쓰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자신이 낸 학기 등록금 중 해당 과목 몫인 8000달러(1130만원)를 환불하라고 경영학부를 상대로 공식 민원을 제기했다. 이후 그는 대학 당국으로부터 등록금 환불은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애로우드 교수는 NYT에 "돌이켜 생각하니, 좀 더 꼼꼼하게 살펴봤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학교 시스템에 자료를 올리긴 했지만, 강의가 토론 위주로 진행되므로 수업 시간에는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스웨스턴대는 사건 이후인 3월 말 공식적인 AI 사용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AI 사용 시 반드시 사용 사실을 밝혀야 하며, 결과물에 대해 정확성과 적합성 검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NYT는 미국 대학생들이 즐겨 쓰는 강의평가 사이트에 담당 강사가 AI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불만이 자주 올라온다고 전했다. 불만을 내놓는 대학생들은 "우리가 거액의 돈(등록금)을 내는 것은 사람의 가르침을 받기 위한 것이지, 우리도 공짜로 물어볼 수 있는 알고리즘의 가르침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편다고 NYT는 언급했다.
상당수의 교수와 강사는 AI를 수업 준비에 활용하면 시간을 절약해 교육을 더욱 충실히 할 수 있다는 의견을 NYT에 밝혔다. 이들은 단조롭고 기계적인 업무 부담이나 학생들의 초보적 의문을 해소해주는 데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학생 면담 등에 시간을 더 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toplights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