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초연 때는 ‘나’라서 ‘헤다 가블러’라는 작품이 가능했다고 착각했어요. 당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부족한 점도 있었죠. 이걸 보완하기 위해 다시 공연하고 있는데, 그 착각은 적어도 공연이 끝날 때까지 깨지지 않을 것 같아요.(웃음)”
주인공 '헤다' 역을 맡은 배우 이혜영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 연극 '헤다 가블러'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연극 헤다 가블러의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이혜영은 19일 서울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혜영은 2012년 헤다 가블러 초연 당시 헤다 역할을 소화했다. 당시 공연은 전 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했고 이혜영은 5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여자 연기상, 49회 동아연극상 여자 연기상을 받았다.
헤다 가블러는 ‘근대 연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동명 희곡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귀족 출신인 여자 주인공 헤다가 결혼 후 존재 의미를 잃고 주변 인물과 갈등을 겪다가 끝내 비극적 선택을 하는 이야기다. 극중 헤다는 신혼여행에서 막 돌아온 여성. 이혜영은 60대인 자신이 헤다 역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헤다 가블러를 관객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데 제 나이는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우 이혜영(헤다 역)이 연극 ‘헤다 가블러’ 무대 위 의자에 기대어 있다./사진=국립극단헤다 가블러는 명동예술극장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각기 다른 프로덕션으로 공연되고 있다. LG아트센터에선 32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배우 이영애가 헤다를 연기하고 있다. 국립극단의 헤다 가블러는 LG아트센터 작품과 달리 무대 오브제(상징물)를 최소화하고 대사를 통해 최대한 쉽게 내용을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 이혜영은 같은 역할을 하는 후배 이영애와 자신을 비교하는 세간의 관심에 대해 “배우가 다르고 프로덕션 전체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는 불가능한 것 같다”고 했다.
국립극단의 이번 공연은 관객들의 꾸준한 재연 요청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출을 맡은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이번 작품의 배경을 (헤다처럼) 자유와 신세계를 꿈꾸는 젊은 청년에게 가장 맞는, 히피즘이 성행한 1970년대 중반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헤다 가블러 초연 때도 연출을 담당한 바 있다.
배우 이혜영(헤다 역)이 연극 ‘헤다 가블러’ 무대에서 총을 겨누고 있다./사진=국립극단
박 단장은 “헤다 가블러는 젠더를 초월한 존재의 이야기”라며 “아름다움을 위해 자신을 파괴하고 죽음으로 창조하는 이야기, 그것이 21세기 헤다에 대한 찬사”라고 말했다. 공연은 다음달 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