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에너지 분야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방향성은 맞으나 이행 방안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두 후보 공약은 한국전력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내용이 대부분인데, 전기요금 인상 등 한전 재무 상황 해소 방안 등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값비싼 전력망 구축
두 후보는 공통적으로 에너지 고속도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호남의 남아도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수도권으로 끌어오기 위해 해저에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동해안 지역의 원자력·석탄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건설 중인 동해안 HVDC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국 단위로 송전망을 까는 데는 수십조원의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 한전의 누적 적자와 부채가 각각 30조원, 200조원을 웃돌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압 송전망 사업은 지역 주민 반대로 지연되기 일쑤인 만큼 개발 이익 주민 공유제 같은 해법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믹스가 중요
어떤 발전원에 중점을 둘지에 대해서는 후보 간 입장이 갈렸다. 김 후보는 인공지능(AI)산업 육성을 위해 대형 원전 6기 추가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는 등 원전 비중을 60%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원자력은 안정적인 전기 공급에는 유리하지만 발전량을 유연하게 조정하기 어려운 경직성 전원이어서 비중을 과도하게 늘리는 것도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햇빛·바람연금을 확대하는 등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강조했다. 원전에 대해서는 “원전도 필요하지만 위험하고,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있다”며 “활용은 하되 과하지 않게 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조홍종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은 “발전 단가가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는 전국 소비자들이 부담한 요금으로 특정 지역에 연금 형태 보조금을 지급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해외 연기금 중심으로 자금이 조달되고 있다는 점에서 수익이 해외로 빠져나갈 우려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홍 교수는 “이 후보의 에너지 공약은 김 후보에 비해 구체적이지만, 결정적으로 전력산업 구조 개편 얘기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하고 싶다면 전력시장을 개방하고 자율화해서 다양한 판매사업체가 들어와 경쟁하고 시장 질서가 확립되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용 전기요금 올려야
전기요금과 관련해 이 후보는 ‘전기요금 거리비례제’(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김 후보는 ‘산업용 전기료 반값 인하’를 공약으로 내놨다. 전문가들은 한전 재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가정용 전기료 인상이 필요하지만 인기 없는 정책이어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원가회수율이 낮은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차등 전기요금 공약에 대해 “발전소가 가깝다고 해서 더 저렴한 요금을 매기는 것은 전력 시스템상 기술적으로 어렵다”며 “지역별 차등화도 수도권 기업의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별다른 기후·에너지 공약을 발표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홍 교수는 “이준석 후보는 젊은 유권자를 공략하겠다면서 기후위기, 환경 등 20대가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슈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