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포장재 한 우물을 파온 박종현 대원산업 대표(59)는 요즘 지인들로부터 “얼굴에 부쩍 생기가 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장남인 박세준 계장(29)이 가업을 잇기 위해 밤샘 현장근무도 마다하지 않는 등 매사 열심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아들을 보고 있으면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던 30여년 전의 나를 보는 것 같다”며 “아버지 생각도 나고 옛 추억도 떠올라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그가 선친에 이어 대원산업 대표로 취임한 건 1998년. 10년 넘게 낮에는 현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 끝에 경영자로서 합격점을 받고 나서다. 대표 취임 당시 50명 직원이 30억원 매출을 올리던 대원산업은 직원 130명, 매출 500억원(지난해 기준)의 우량기업으로 성장했다. 13년 만에 매출이 약 16배 뛴 비결이 뭘까. “내수에만 의존하던 사업 구조를 탈피해 해외 수출 길을 열어젖힌 덕분입니다. 수출에 역점을 둔 결과 지금은 그 비중이 80%에 육박합니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세계적으로 대원산업 고객이 500여곳에 달합니다.”

올해는 처음으로 일본에도 진출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거래선을 개척하는데 성공, 지난 3월부터 포장재 공급을 시작했다. 박 대표는 “현지 여러 대형 거래선들과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일본이 점차 북미를 능가하는 거대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원산업은 그동안 나라별 딜러를 통한 간접 영업 전략을 주로 구사해왔다. 그러나 회사 덩치가 커지면서 올해부터는 직접 해외 영업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박 계장이 지난해 7월 학생군사교육단(ROTC) 전역과 동시에 회사에 합류한 것은 그래서다. 그는 “아버지가 수출 중심 경영을 통해 회사를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포장재 회사로 키웠다”며 “세계 각지에 현지 영업망을 구축해 회사를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게 내게 주어진 숙제”라고 설명했다.

큰 뜻을 실현하기 위한 첫 단추는 아버지 박 대표와 마찬가지로 역시 현장에서 끼웠다. 출근과 동시에 8개월간 모든 현장 라인을 거치며 제조공정을 익혔다.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 ‘오너 2세’라는 벽을 허물기 위해 퇴근 후 동료들과의 잦은 술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최근 실무 이론을 배우기 시작한 이래로는 포장재의 핵심 기술인 ‘컬러 매니지먼트 시스템(CMS)’ 공부에 빠져 있다. “최종 제품 단계에서 색상 배합 등을 검증하는 CMS 기술은 국내에서 대원산업이 유일합니다. 월마트의 경우 CMS를 안 거친 제품은 취급도 안 합니다. 학부 전공(의상디자인)이 도움이 많이 되고 있죠.”

이들 박 부자(父子)는 요즘 같은 꿈을 꾸고 있다. 대원산업을 글로벌 포장재 업계 ‘톱 10’에 올려놓는 것이다.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시간문제’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국내 최초로 7겹, 9겹 포장 기술력을 확보한 데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11겹 기술을 조만간 상용화한다”며 “이런 기술력이 입소문 나면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어 김포에 제2공장을 지을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병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