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언어·논술 성적도 올라"
고교생들의 반란. 지난 12일 치러진 14회 테샛에서는 작은 이변이 있었다. 고등학생 연합동아리인 ‘경세치민’팀이 평균 267점으로 동아리대항전 최고 점수 기록을 갈아치운 것. 대학생 우승팀보다도 4점이 높았다. 멤버 다섯 명(복금태 최준호 박성연 김용준 원지호) 중 세 명이 최고등급인 S급이다. 28일 14회 테샛 시상식에서 만난 ‘경세치민’ 팀원들은 자신들을 ‘경제에 미친 다섯 명’이라고 소개했다.
‘경세치민’은 지난해 여름 네이버 카페 ‘테샛준비위원회’에서 탄생했다. 원지호 군(광동고 2)은 경제에 흥미가 많았지만 주변에서 같이 공부할 친구를 만나기 힘들었다. 그러다 인터넷 카페에서 자신처럼 경제를 좋아하는 지금 멤버들을 만났다. 이들은 주로 빵집이나 카페에서 만나 함께 공부했다. 한국경제신문과 고교생 경제논술신문인 ‘생글생글’을 주교재로 삼아 1주일에 한번 주제발표와 토론을 했다. 동아리의 보물이라는 스크랩 노트는 밑줄과 메모로 빽빽했다.
복금태 군(서라벌고 2)은 “경제신문을 많이 읽으면서 현실경제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생글생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김용준 군(경기고 2)은 “쉽고 재미있는 데다 이슈별로 잘 정리가 돼 있다”며 “특히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코너가 테샛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멤버 3명이 전교 1등을 유지할 정도로 학교 성적 또한 최상위권이다. 놀라운 점은 경제를 공부하면서 다른 성적도 같이 올랐다는 것. 박성연 양(영파여고 3)과 최준호 군(경기고 2)은 경제를 공부하면 다른 과목도 잘 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학은 문·이과를 모두 아우르는 학문이라 여러 가지 공부가 필요해요. 사회와 역사는 물론 수학적 원리도 알아야 하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게 되니까 공부할 때 시간분배도 잘하게 돼요. 신문을 읽다보면 사고의 폭이 넓어져서 그런지 언어나 사회 같은 다른 과목도 더 쉽게 이해 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학교 성적도 많이 올랐죠.”
윈지호 군은 경제를 공부하면서 논술도 늘었다고 했다. 원군은 “요즘 포퓰리즘에 쉽게 선동되는 친구들이 많은데 경제를 공부하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돼 그런 것들에 흔들리지 않게 된다”며 “논술의 비문학 지문을 이해하는 데도 경제공부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원군의 어머니 전혜미 씨(40)는 “경제를 공부하면서부터 스스로 공부를 찾아서 하더라”며 “아이들이 모여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고 뿌듯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서울대 경제·경영학부에 진학해 경제학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원군은 “시험을 치르고 집에 오면 하루종일 문제 생각만 하면서 맞춰본다”며 “문제가 재미있다는 게 테샛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