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왓챠 등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가 잇따라 숏폼으로 기획·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내놓는다. 1분 내외에서 최장 10분의 짧은 형식 드라마와 예능을 통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사업자에 잠식된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올 상반기에 자체 제작한 숏폼 드라마와 예능을, 왓챠는 숏폼 드라마를 공개할 예정이다. 숏폼은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에서 대세가 된 15초~3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말한다. 티빙과 왓챠의 이번 시도는 SNS의 핵심 콘텐츠 형식인 숏폼을 OTT로 가져온다는 점에서 ‘새로운 실험’으로 평가된다. ‘숏폼형 OTT’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숏폼에 익숙한 1020세대를 사로잡으려는 의도다.
자본잠식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왓챠가 가장 먼저 숏폼에 손을 댔다. 왓챠는 지난해 9월 숏폼 드라마 전문 서비스 ‘숏차’를 내놨다. 회당 1분 내외의 세로 형태로 제작된 짧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올해 상반기에 ‘사이비 교주의 아내가 되었습니다’라는 숏폼 드라마 신작을 공개할 계획이다.
국내 2위 OTT 사업자인 티빙은 지난해 12월 모바일 앱에 숏폼 서비스를 신설했다. 올해 오리지널 숏폼 드라마와 예능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숏폼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티빙 관계자는 “숏폼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소비 행태 변화를 감안해 새로운 전략을 짠 것”이라며 “길이는 회당 최장 10분을 넘기지 않도록 제작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실험이 통하면 1위 넷플릭스를 따라잡을 차별화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TT까지 숏폼에 진출하는 것은 그만큼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시청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최근 발간한 ‘2024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서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시청할 때 선호하는 유형 1위가 숏폼(41.8%)이었다. OTT(39.4%), 실시간 스트리밍(26.2%)이 뒤를 이었다.
숏폼 콘텐츠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볍게 소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유튜브를 이용하면서 배속 재생, 건너뛰기에 익숙해진 영향도 크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마케츠는 글로벌 숏폼 산업 규모가 2021년 432억달러(약 63조원)에서 2026년 1350억달러(약 197조원)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KT그룹의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기업 나스미디어는 “올해는 여러 숏폼 형식 중에서도 숏폼 드라마가 획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