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딥시크는 시작일 뿐…심각하게 받아들여야 [조평규의 중국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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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미국이 엔비디아의 칩 중국 수출을 금지하자 중국의 천재적인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저성능 그래픽 프로세서(GPU)를 이용해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딥시크 모델의 개발 비용은 미국 모델의 18분의 1로, 파격적으로 저렴한데 성능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딥시크를 사용해 본 필자의 감각으로 미국의 퍼플렉시티(Perplexity)와는 여전히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의 딥시크가 오픈AI의 챗GPT 못지않은 성능을 유지하면서 업그레이드되고 지속 가능함을 보여줄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합니다.
중국 엔지니어들이 미국 빅테크 기술자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알고리즘 설계 능력을 바탕으로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특히 딥시크가 오픈AI 달리 인공지능 모델을 누구나 수정 배포할 수 있는 오픈소스를 공개해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마저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국 항저우에 설립된 딥시크 연구개발팀의 규모는 채 140명이 되지 않습니다. 구성원들은 주로 20~30대로 칭화대, 베이징대 등 중국 최고 대학의 재학생, 석·박사들입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팀에 해외 유학파가 없고, 중국 현지 인재로 '인재 밀도'가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딥시크 스타트업 창립자 량원펑(梁文峰)은 1985년 광둥성 출신으로 저장대학교 정보전자공학부의 학부 및 석사 과정을 마친 국내파입니다. 량원펑은 일약 중국 민족의 자부심을 높이는 영웅으로 부상하여 총리가 주재하는 좌담회에 초청받아 발언하는 위치로 급상승했지만, 중국 정치의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 중국의 자생력
탈냉전 이후 형성된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가 지역 블록과 전략적 재편으로 다극화되면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을 자국 핵심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전면적인 전쟁 선포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또 무역을 넘어선 광범위한 영역에서의 패권 경쟁으로 미국과의 갈등을 장기전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미국은 관세 부과, 기술 수출 제한, 투자 제한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중국의 경제 성장을 억제하고, AI와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하거나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딥시크의 출현을 막지 못했고 중국 자체 기술 개발과 혁신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13년부터 혁신형 산업클러스터 시행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2024년 말 200개가 넘는 혁신형 산업클러스터를 베이징, 광둥성, 장쑤성, 산둥성 등 주요 지역별로 특화된 클러스터를 고신구(高新區)에 구축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베이더우(北斗) 위성항법 시스템 구축, 화웨이의 5세대(5G) 통신, 반도체 기술, 우주 탐사, 인공지능(AI), 양자정보 기술, 신에너지 자동차 개발 등을 미래 핵심기술로 선정하여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자립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혁신형 산업클러스터에 바이오, 의약, 스마트 제조, 우주 기술, 심해 탐사, 양자 컴퓨팅, 통신 분야, 의료 및 제약 분야, 인공지능, 로봇공학, 집적회로 반도체 산업에서 자체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딥시크는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을 제외하면 중국은 혁신적 첨단기술을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미국은 개방을 무기로 글로벌 경쟁 시장을 펼쳐 항상 승리했으나, 이번 딥시크에서 보듯 중국은 모든 소스를 오픈함으로써 미국에 강력한 도전장을 던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딥시크 하나지만 제2, 제3의 딥시크가 등장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AI 개발을 촉진하고 반도체 기업을 키우고 최대 이익을 실현하게 했습니다. 우리는 반중(反中) 정서가 강해 중국의 인공지능 기업이 무엇을 개발하고 있는지 반도체 회사들이 얼마나 이익을 내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없습니다.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의 실적이나 주가가 중국의 첨단 산업과 직접 연결되어 있지만 우리는 애써 외면합니다. 현대는 AI가 사회와 산업의 인프라로 자리 잡는 시대입니다. 한국은 AI 학습에 필수인 상당한 디지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및 규제 때문에 활용이 제한된 상황입니다.

한국 정부는 올해부터 3년간 민관 합작 투자로 2조 원의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 계획이 있는 정도지만, 중국은 지난주 중국은행은 향후 5년간 '인공지능산업체인발전'을 위해 1조위안(약199조원) 특별금융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중국의 자본과 인프라 격차를 뛰어넘을 수 없고 인재를 키우지도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경제와 산업 그리고 인공지능산업의 맥락을 총괄 지휘하는 컨트롤 타워도 없습니다. 우리는 딥시크의 출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거버넌스 체인지(Governance Change)를 당장 실행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 조선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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