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K팝 오케스트라' 공연…서울시향·SM엔터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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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SM엔터, 지난 14·15일 K팝 오케스트라 공연
‘H.O.T.’부터 라이즈까지 익숙한 선율 가득
클래식 명곡 도입해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
미디어 아트로 클래식 입문 장벽 낮춰
‘H.O.T.’부터 라이즈까지 익숙한 선율 가득
클래식 명곡 도입해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
미디어 아트로 클래식 입문 장벽 낮춰


라흐마니노프와 K팝이 만나면 벌어지는 일
다른 기획사와 대비되는 SM엔터테인먼트의 음악적 특징을 설명할 땐 클래식 음악이 빠지지 않는다. 이 기획사의 1세대 아이돌인 신화는 1999년 낸 정규 2집 타이틀 곡인 ‘T.O.P.’의 도입부를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로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H.O.T’의 마지막 앨범 타이틀 곡인 ‘아웃사이드 캐슬’도 가수 개입 없이 오케스트라 연주로 처음 1분 37초를 채웠다. 당시 아이돌 음악에선 파격적인 시도였다. 최근엔 레드벨벳의 ‘필 마이 리듬’이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를, NCT의 ‘골든 에이지’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2악장을 활용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서울시향과 협업해 레드벨벳의 ‘빨간 맛의 오케스트라 버전을 유튜브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도 당시 협업의 연장선이다.

이날 공연에서도 서울시향은 공연 첫 곡인 ‘웰컴 투 SMCU 팰리스’ 다음으로 ‘빨간 맛’의 라이브 연주를 처음 선보이며 분위기를 띄웠다. 무대 뒤편 벽면엔 미디어 아트를 연출해 음악 강약에 맞춰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독주하는 연주자에겐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3곡 단위로 청중이 쉴 수 있는 휴지 시간도 넣었다. 클래식 음악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공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 연출이었다.
오케스트라 편곡에선 K팝과 클래식 음악이 새롭게 결합한 부분이 돋보였다. 아이돌 그룹 엑소의 ‘으르렁’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이, 동방신기의 ‘라이징 선’엔 비발디의 사계 ‘여름’ 3악장이 붙었다. 레드벨벳 ‘사이코’에선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2·3악장이 가미됐다. NCT 드림의 ‘헬로 퓨처’는 오르간 독주와 합쳐져 바로크 음악의 푸가와 같은 분위기를 냈다. 소녀시대의 데뷔 곡인 ‘다시 만난 세계’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화 합쳐져 박력을 쏟아냈다.

K팝과 클래식, 서로에게 신선함을 더했다
K팝의 서사에 관심이 있던 관객이라면 눈시울이 붉어졌을 만한 순간도 있었다. 2017년 작고한 샤이니 멤버인 종현의 소품집 주제곡이었던 ‘하루의 끝’은 드뷔시의 ‘달빛’ 샘플링과 어우러져 슬프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말 고생했어요’와 같은 이 곡의 가사가 미디어 아트로 연출되자 먹먹한 공기가 콘서트홀을 채웠다. 앙코르 무대를 장식한 ‘H.O.T.’의 ‘빛’은 잔잔하지만 희망적인 관현악 선율로 공연의 마지막을 맡았다.
곡의 순서가 진행될수록 청중들의 박수 타이밍이 빨라져 곡의 여운을 충분히 음미할 수 없었던 건 클래식 관객으로선 아쉬워했을 만한 대목이었다. 앙코르 곡 중간에 연주가 끝난 줄 안 일부 청중들이 우레 같은 박수를 치는 해프닝도 있었다. 비슷한 일이 벌어지곤 하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었다. 다만 관객 주 연령대가 30대 이상인 클래식 공연과 달리 10대부터 장년층까지 다양한 관객들이 오케스트라의 힘찬 연주에 환호했던 장면은 연주자들에게도 신선함으로 다가왔을 만한 풍경이었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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