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피부 소비 2년새 42% 급증
필라테스·요가 이용도 43% 뛰어
효도 관광 대신 배낭여행 늘기도
"가격 부담" MZ세대는 지갑닫아
서울 마포구에 사는 60대 여성 김모씨는 매주 2회 테니스 수업을 받는다. 최근엔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는 의사 조언에 따라 개인 트레이닝(PT) 회원권도 끊었다. 한 달에 한 번은 피부관리숍에 들른다. 김씨는 “자기 계발과 취미 활동에 월 100만원가량 쓴다”며 “은퇴 이후에도 활력 있게 살기 위해 나에게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수준이 높고 구매력을 갖춘 파워 시니어 세대가 핵심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은퇴 후에도 능동적인 삶을 살면서 자신에게 투자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외모 관리와 운동 등 일부 업종에선 60~70대 시니어 세대의 소비 증가율이 전 연령대를 통틀어 1위에 올라섰다.
17일 비씨카드 데이터사업본부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객의 인당 결제액은 2019년 말 24만원에서 작년 12월 28만2000원으로 5년간 1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60대 미만 고객의 인당 결제액은 34만4000원에서 33만2000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전체 소비자 가운데 60대 이상의 결제액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전체 비씨카드 고객 가운데 60대 이상의 결제액 비중은 2019년 12월 16%에서 작년 12월 25%로 5년간 9%포인트 뛰었다. 60대 미만 결제액 비중은 같은 기간 84%에서 75%로 하락했다. 고객 수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60대 이상 고객 비중은 2019년 12월 21%에서 2025년 12월 28%로 올라갔다. 같은 기간 60대 미만 비중은 79%에서 72%로 낮아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60대 이상 인구가 계속 늘고 시니어 세대의 소비 파워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세대가 소비를 늘린 업종은 자기 계발 및 취미 활동과 관련된 분야가 많았다. 지난해 60대와 70대 비씨카드 고객의 인당 평균 피부미용실 이용 금액은 2022년 대비 각각 21%, 42% 급증했다. 같은 기간 1인당 피부미용실 이용 금액 증가율은 20대 9%, 30대 8%, 40대 10%, 50대 11% 순으로 조사됐다. 시니어 세대는 소비 금액도 많았다. 60대는 지난해 피부미용실에서 평균 26만4000원을 썼는데, 이는 20대(16만9000원)보다 56% 많았다.
네일아트 비용은 60대(14만5000원)가 20대(9만7000원)보다 약 50% 많이 썼다. 문화취미활동비는 60대(9만8000원)가 20대(3만9000원)의 2.5배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니어 세대는 과거와 달리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노화 방지, 외모 관리에 아낌없이 소비하려는 욕구가 크다”고 말했다.
요가, 필라테스 등 운동을 즐기는 시니어도 빠르게 늘고 있다. 비씨카드에 따르면 작년 60대와 70대 고객의 헬스클럽(필라테스, 요가 포함) 이용 금액은 2022년과 비교해 각각 24%, 43% 늘었다. 요가 학원은 60대와 70대 이용 금액이 각각 15%, 56% 급증했다. 20대는 지난해 고물가에 따른 가격 부담으로 필라테스, 요가 등 업종 이용 금액이 줄었다.
패키지 해외여행 대신 직접 여행 계획을 짜는 ‘배낭여행 시니어족’도 늘어났다. 작년 1~8월 60대 이상 신한카드 고객의 숙박·항공 예약 플랫폼 이용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행 액티비티 플랫폼 이용 금액 역시 60대 이상의 증가율(41%)이 전체 세대에서 가장 높았다. 경로당을 이용하는 시니어는 줄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로당을 이용하는 시니어 비중은 2023년 26.5%로 2020년 28.1% 대비 1.6%포인트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