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안정을 위한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20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렸다. 이날 여야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연금개혁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부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국정 안정을 위한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20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렸다. 이날 여야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연금개혁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부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정부와 여야 대표가 20일 여야정 국정협의회 첫 회의를 열고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국민연금 개혁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반도체특별법의 주요 쟁점인 ‘주 52시간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두고서도 평행선을 달렸다. 추경 편성과 관련해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만 재확인했다. 규모와 세부 항목에 대해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는 추가 실무협의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겠단 입장이지만,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어 단기간 내 합의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만났지만 빈손으로 헤어졌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여야정이 머리를 맞댔지만 견해차만 확인한 자리였다.

회동에 앞선 첫머리 발언에서 여야정은 모두 각자 입장만 고수했다. 최 대행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을 놓고 “현재의 근로시간 제도로는 집중 근무가 어려워 연구 단절이 발생하고 수요 기업 발주에도 즉시 대응하기 어렵다”며 “근로시간 특례조항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반도체특별법이 아니라 반도체보통법에 불과하다”고 했다. 반면 이 대표는 “근로시간 특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안 하는 게 낫지 않냐는 말씀을 하셨는데 동의하기 어렵다”며 “기존에도 예외 제도가 상당히 많은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후 116분간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여야는 평행선을 달렸다. 국민의힘은 주 52시간제 예외 항목을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노동계 반발이 예상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의힘은 작년 말 민주당이 삭감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것에 우선 사과하지 않으면 추경을 편성할 수 없다고 버텼다. 이에 민주당은 삭감한 예산 중 추경에 필요한 항목이 있으면 다음 실무협의에서 논의하자고 했다. 여야는 회의에서 민생지원금을 추경에 포함할지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았다. 다만 추경의 대원칙으로 민생과 인공지능(AI), 통상 등 세 가지 분야로 한정할 것에 대해선 합의했다.

국민연금 개혁 방안도 민주당은 모수개혁(내는 돈과 받는 돈을 조정)을 먼저 처리하자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구조개혁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소득대체율 논의 역시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야는 국회 윤리특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특별위원 구성엔 합의했다.

여야는 이날 회의 결과를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주 52시간제 예외 문제를 둘러싸곤 이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며 “민주당은 주 52시간제 예외 문제가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어 이 부분을 뺀 특별법을 먼저 통과시키자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주 52시간제 예외 문제 때문에 다른 지원 내용이 축소되거나 지연되는 건 희망하지 않는다”며 “합의된 것은 합의된 대로 처리해주고 나머지 부분은 논의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야정 대표가 주요 쟁점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향후 실무협의도 난항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 수석대변인은 “추경의 시기와 규모, 세부 내용 등에 대해선 실무협의에 각자 안을 갖고 와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며 “국정협의회도 차기부턴 원내대표 간 회동으로 할 생각이었으나 대표급이 한 번 더 만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어 조금 더 조율해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상원/이슬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