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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투자 읽어주는 남자] 밸류업 1년, 투자자가 주목할 점은


지난해 도입한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한 지 1년이 지났다. 증시 활성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마련된 이 제도는 그간 적잖은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 됐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요즘, 지배구조(G) 측면에서 밸류업을 바라보는 투자자의 시선이 더욱 주목된다. 지배구조는 주주와 경영자 간 합치된 이해관계를 의미한다.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1주년을 맞아 ESG 투자자의 눈으로 그 의미를 짚어보자.

지난 1년간의 성과는 어떨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정부와 거래소의 목표에 부응하듯, 2월 20일 현재 110개 기업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 의사를 밝히고 관련 내용을 공시했다. 이들은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과 함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자본 효율성 정보도 적극 공개하고 있다. 이 덕분에 지난해 국내 자본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ESG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아쉬운 대목도 있다. 배당 등 주주환원에 집중하는 현 추세가 과연 지배구조 건전화로 이어질지가 의문이다. 실제 밸류업 공시 기업의 90%가량이 주주환원에 초점을 맞췄지만, 정작 성장성 지표를 언급한 곳은 50%에도 못 미친다.

물론 배당 확대가 주주가치 제고의 한 방편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진정 중요한 건 기업이 투입 자본 대비 충분한 이익을 내는지 여부다. 쉽게 말해 자기자본비용(COE)을 넘어서는 ROE를 달성하느냐가 관건이다. 반면 투자를 줄이고 과도한 차입에 의존해 배당을 늘리는 식의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그보다는 COE와 ROE에 대해 명확히 소통하는 게 더 가치 있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은 2014년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 실현’을 목표로 밸류업에 착수했다. 기업으로 하여금 자본비용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투자자와의 대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아울러 스튜어드십·거버넌스 코드로 기관투자자의 감시 기능도 강화했다. 그 결과 10년 새 ROE 10% 이상 기업 비중과 기업가치가 배 이상 커졌다. 한일 간 상황이 같진 않겠지만, 지속가능한 가치 제고를 위해선 본질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투자자에겐 보다 꼼꼼한 기업 분석이 요구된다. 단발성 주주환원책보다는 이익의 질에 방점을 둬야 한다. 해당 기업이 COE를 웃도는 ROE를 창출하고 있는지, 그 ROE가 얼마나 지속가능한지 들여다봐야 한다. 아울러 ESG 경영, 특히 지배구조의 건전성도 투자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진정한 의미의 기업 밸류업은 단기 악재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가치를 높이는 데 있다. 투자자가 ROE와 COE에 방점을 둔 냉철한 분석력을 갖출 때, 비로소 ESG가 한국 자본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밸류업 도입 1주년을 맞아 우리 모두 되새겨야 할 자세다.

김준섭 KB증권 ESG리서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