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2배 껑충…버핏이 말한 '모범사례' 국장에도 있다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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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 신한 넘어 금융지주 시총 2위 등극
5년간 주가 12배 오른 메리츠
4대 금융보다 순익 적은데
PER은 두 배 이상 높아
물적분할 대신 통합 상장
年 순이익 50% 주주에게 돌려줘
증권가 "주주환원 새 방향 제시"
5년간 주가 12배 오른 메리츠
4대 금융보다 순익 적은데
PER은 두 배 이상 높아
물적분할 대신 통합 상장
年 순이익 50% 주주에게 돌려줘
증권가 "주주환원 새 방향 제시"

5년간 주가 12배 급등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 시총은 이날 종가 기준 23조8400억원을 기록했다. 2위 금융지주인 신한금융(23조7626억원)을 774억원 차이로 제쳤다. 메리츠금융 시총이 신한금융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1월 16일 하나금융지주 시총을 제친 후 1년 1개월 만의 성과다. 증권가에선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메리츠금융이 KB금융을 넘어 1위 금융지주에 오르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주가 흐름을 봐도 독보적인 성장세다. 메리츠금융 주가는 최근 5년간 1125.49% 급등했다. 꿈의 종목이라 할 수 있는 ‘텐배거’(주가가 10배 오른 종목)에 오른 셈이다. 이 회사 시총은 2020년 2월 24일 1조3433억원에서 5년 만에 17배 넘게 불어났다.
‘은행 없는 금융그룹’인 메리츠금융이 시총 2위 금융지주에 오른 건 상징하는 바가 적지 않다. 메리츠금융의 작년 순이익은 신한금융(4조5175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나금융(3조7388억원)이나 우리금융(3조860억원) 등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메리츠금융 시총이 다른 금융지주보다 큰 것은 주식시장에서 그만큼 회사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9.7배다. KB금융(5.9배) 신한금융(4.8배) 등을 크게 웃돈다.
"밸류업에 진심인 회사"
시장에서 메리츠금융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건 회사가 내세운 주주환원과 성장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어서다. 메리츠금융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 이전부터 ’주주환원율 50%’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해왔다. 이 회사는 작년에도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을 통해 순이익의 53.1%를 주주에게 돌려줬다. 실적도 오름세다. 메리츠금융 순이익은 작년 2조306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0년 전 순이익(1163억원)과 비교하면 20배 가까이 늘었다.메리츠금융엔 ‘밸류업에 진심인 회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메리츠금융이 2023년 단행한 지배구조 개편이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 증시엔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이 모두 상장돼 있었지만, 메리츠금융은 두 자회사를 상장폐지하고 지주를 중심으로 뭉치는 지배구조 개편을 실시했다. 국내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물적분할, 동시상장과 정반대 행보였다.
메리츠금융은 자사주 소각이 배당보다 주주환원 측면에서 낫다는 걸 입증한 국내 첫 사례로도 꼽힌다. 2021년 메리츠금융은 배당을 축소하는 대신 자사주 소각을 확대하겠다고 공시했는데, 이 같은 발표 직후 메리츠금융 주가는 하루 만에 15.56% 급락했다. 이론적으로 배당소득세(15.4%)를 내야 하는 배당보다 자사주 소각이 낫지만, 국내 상장사가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 전례는 드물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서 자사주 매입·소각이 늘어나는 데 메리츠금융이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주주·소액주주 1주 가치 동일"
메리츠금융이 파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엔 최대주주인 조정호 회장의 결단이 있다. 2023년 ‘원 메리츠’ 프로젝트 이후 조 회장 지분율은 75.81%에서 46.94%로 하락했다. 당시 조 회장은 “기업을 승계할 생각이 없고, 약간의 지분 차이나 손실은 괜찮다”며 경영진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회장은 평소 “대주주의 1주와 개인투자자의 1주는 동등한 가치”라고 강조해왔다.
‘가치투자 대가’로 불리는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가장 좋은 지배구조는 대주주가 충분한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최고의 전문경영진을 임명하는 것”이라며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말한 이 같은 모범사례에 메리츠금융이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평소 메리츠만의 강점으로 ‘프라이싱(가격 결정)’ 능력을 꼽는다. 다른 금융사가 망설이는 투자도 메리츠는 프라이싱이 끝나면 과감히 단행한다. 레고랜드 사태 당시 롯데건설에 1조5000억원을 지원한 것과 작년 경영권 분쟁을 겪던 고려아연에 1조원을 빌려준 것이 대표적이다.
메리츠금융에도 풀어야 할 숙제는 적지 않다. 먼저 해외 사업 비중이 지나치게 낮고, 증권과 보험 자회사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또 수익과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문화 속에서 내부통제 위반 문제가 여러 차례 발생한 점도 지적받는다.
서형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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