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연기 내뿜는 굴뚝 > 정전 사태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충남 서산 대산공장이 25일 가동을 멈췄다. 생산이 막히자 원료를 태우면서 굴뚝에서 화염과 검은 연기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검은 연기 내뿜는 굴뚝 > 정전 사태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충남 서산 대산공장이 25일 가동을 멈췄다. 생산이 막히자 원료를 태우면서 굴뚝에서 화염과 검은 연기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에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공장 가동이 멈췄다. 가동 중단 여파로 하루 수십억원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5일 오전 9시30분쯤부터 정전이 발생하자 두 업체는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공급이 끊긴 전력은 오전 10시40분부터 단계적으로 복구돼 낮 12시께 정상화됐다. 두 회사는 자체 보유한 비상용 발전기가 생산하는 전력으로 설비를 감당하지 못해 공장이 올스톱됐다. 다만 같은 단지에 공장을 운영 중인 한화토탈에너지스와 HD현대케미칼은 전기가 정상 공급됐다.

석유화학 업종 특성상 두 업체가 공장을 다시 돌리는 데는 이르면 2~3일, 늦어도 1~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재고를 1~2주가량 쌓아 놓기 때문에 고객사에 납품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대산에서 에틸렌과 프로필렌(PP), 부타디엔 등 기초 유분 중심의 석유화학 제품을 제조한다. 이들 품목은 대부분 전남 여수공장 등에서도 생산할 수 있어 당장 피해가 크진 않을 전망이다.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여수공장 가동률도 떨어진 만큼 생산 차질에 따른 납품 문제는 없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일시적으로 이들 제품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공장 설비를 재점검하고 가동을 못하는 데 따른 고정비 손실은 불가피하다. 이날 투입한 원료도 소각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의 하루 매출을 1000억원대로 추산한다. 영업이익률을 3%로 계산하면 하루 30억원씩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정전 사태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론도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력과 씨지앤대산전력(중국계 발전사)은 집단에너지사업자 씨텍(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합작사)에 전력과 열을 공급하고, 씨텍은 다시 두 회사의 대산공장에 분배한다. 이 가운데 어느 전력 계통에서 문제가 생겼는지에 따라 책임 소재가 달라진다.

한전이나 씨지앤대산전력 때문에 정전이 발생했다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석유화학 업황이 좋았던 2006년 발생한 정전 사태 땐 LG화학과 롯데케미칼(당시 롯데대산유화) 등이 한전에 104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씨텍 설비 탓에 정전이 일어났다면 두 업체가 자체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로선 장비 수리 중이던 씨지앤대산전력의 차단기 이상 탓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원인 파악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력 공급이 중요한 공장에 예비 발전이 미흡해 정전이 발생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김형규/김대훈/하지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