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신선식품 수입단가 상승, 커피 원두 가격 급등/연합뉴스
최근 극심한 가뭄과 폭우, 홍수 등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면서 커피 원두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커피(아라비카)는 전년 동기 대비 94.72%, 커피(로부스터) 73.01%, 코코아 127.85% 등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커피 원두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에서 생산량이 감소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이상기후, 농가의 작물 전 환이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커피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와 편의점에서도 커피 가격을 인상해 ‘커피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다.
세계 원두 생산 감소, 가격 상승 요인
커피 원두 생산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작물로 온도와 강수량, 토양 수분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 때문에 커피 원두는 재배 조건이 까다로워 특정 국가에 생산이 집중된다. 세계 1·2위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은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55%를 차지하는데, 이들 국가의 생산량 감소가 글로벌 원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은 아라비카 원두 최대 생산국으로, 지난해 극심한 가뭄과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되며 커피나무 작황이 부진했다. 브라질은 고급 원두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아라비카 원두의 세계 공급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생산량 감소는 즉각적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베트남은 인스턴트커피 등에 사용되는 로부스터 원두의 주산지지만, 최근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엘니뇨로 인한 가뭄과 폭우 등 기후변화가 농가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두리안으로 작물을 전환하는 농가가 증가하면서 커피 공급량도 감소했다. 베트남 농가들은 두리안 재배가 커피보다 5배 이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향후 원두 공급 불안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브라질은 세계 커피 생산량의 39%, 베트남은 16%를 차지하는데 2023년 12월 기준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이 6월 전망치보다 120만 자루(60kg 기준) 감소한 1억6800만 자루로 조정됐다. 특히 베트남의 수확량이 160만 자루 감소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커피는 평균기온이 18~24℃에서 잘 자라는데, 지구온난화로 주요 재배지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커피나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줄어들고 있다. 고지대에서만 커피를 재배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공급량은 더욱 제한되고 있는 셈다. 기온이 상승하면 커피나무를 공격하는 해충이 활발해지고, 이는 커피 생산량 감소로 이어진다. 실제 중남미 지역에서는 해충으로 인해 연간 수천 헥타르의 커피 농장이 피해를 보고 있다.
국내 커피업계, 가격 인상 본격화
원두 가격 상승과 고환율이 겹치면서 국내 커피업계도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가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다. 스타벅스는 지난 1월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355ml) 가격을 4500원에서 4700원으로 200원 올렸으며, 폴바셋과 할리스커피도 일부 음료 가격을 200~400원 인상했다. 편의점업계도 자체 브랜드(PB) 커피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월 1일부터 PB 커피 판매가를 100원 인상해 컵커피 5종의 가격을 2700원에서 2800원으로 조정했다.
캡슐커피 및 인스턴트커피 제품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네스프레소는 지난 1월 국내 판매 중인 버츄오커피 캡슐 제품 37종의 가격을 기존 939원에서 1050원으로 11.8% 인상했다. 동서식품도 지난해 11월 인스턴트커피 및 커피믹스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다. 향후에도 커피 가격이 안정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원두 가격이 당분간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커피 원두는 기후변화에 취약할 뿐 아니라 묘목을 심고 생두를 수확하기까지 최소 3~5년 소요되기에 단기간에 공급량을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주요 생산국의 이상기후 영향이 지속되고 있으며, 농가들이 보다 높은 수익을 위해 작물을 전환하는 추세가 이어져 글로벌 커피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원두 가격이 이미 급등한 상태이며, 공급망 불안정과 고환 율까지 맞물려 커피 가격 상승 압박이 지 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커피 원 두 가격은 기후변화와 농업 구조 변화로 인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