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산 후판(두께 6㎜ 이상의 강판)에 고율(27.9~38%)의 덤핑방지관세 예비 판정을 내리자 국내 조선업계가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배값의 20~3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오르면, 한국 선박 가격도 덩달아 올라 중국 조선사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어서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가격 갈등이 반덤핑 조치로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조선해양플랜트협회를 통해 후판 관세율이 너무 높아 피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산업통자원부 등 정부에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다.

대형 조선사는 중국산 후판을 20~30% 정도 쓰고, 중형 조선사는 50% 안팎으로 비중이 더 높다. 조선사들은 수입한 원자재로 제조한 제품을 수출하면 관세를 면제해주는 ‘보세공장 제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절반 이상을 사용하는 국산 후판 가격이 중국산 후판을 따라 상승해 전체적인 비용이 늘어난다. 특히 조선 기자재 업체는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없어 관세만큼 부담이 커진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후판 갈등’은 2021년부터 본격화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철강 수요가 급증하자 철강사들은 2020년 11월 t당 68만원이던 후판 가격을 2021년 6월 t당 130만원으로 올렸다. 당시 철강사들은 “철광석 가격과 물류비 인상을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이었고, 조선사는 “이제 막 선박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 조선업황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반발했다.

조선사와 철강사는 지난해 하반기 납품한 후판 공급가격 협상을 최근 다시 시작했다. 지난해 말 타결됐어야 정상이지만, 가격에 대한 이견이 커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 중국산 후판 관세율이 높게 책정되자 협상 과정에서 철강사들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강사가 아무리 어렵다지만 주요 후판 공급사인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연간 적자를 낸 적이 없다”며 “반면 조선사는 10년 넘게 적자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는 “후판은 원래 마진이 높은 사업이었는데, 조선사의 고통을 분담하고자 지금까지 이익이 남지 않을 정도로 싸게 공급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형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