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에서 구독자 3만 명 규모의 범죄자 ‘박제방’을 운영하던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이 남성은 소셜미디어에서 특정인 신상과 범죄 행각을 폭로하는 대화방을 운영하며 협박을 통해 금품을 뜯어낸 것으로 파악됐다.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불만 등으로 일각에서 사적 제재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대구경찰청 형사기동대는 30대 남성 A씨를 공갈 등 혐의로 이날 구속 송치했다. A씨는 텔레그램에서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의 박제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를 고용한 불법 유흥업소 업주들에게 범죄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 업주들이 이를 무마하려고 제공한 4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은 뒤 술값을 요구하는 업주들을 다시 협박해 술값을 포기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경북·대구, 경기·인천, 대전 등 지역별 하부 채널을 운영하며 조직폭력배, 아동 성범죄자, 불법 유흥업소 업주 등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이들의 범죄 사실을 폭로해왔다. 작년 12월에는 여고생을 성폭행한 42세 남성에게 “자수하지 않으면 탈세 등 범죄 행위를 모두 폭로하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A씨 텔레그램 채널은 구독자가 3만 명에 달하고 게시글당 평균 조회수가 6000회에 이를 정도다.

이처럼 박제방이 호응을 얻는 이유로는 사법 시스템과 국민 법 감정 간의 괴리가 꼽힌다. 낮은 처벌 수위에 대한 불만 등으로 대중이 사적 제재를 통한 ‘정의 구현’을 원한다는 분석이다. 최근엔 서울서부지법 폭동 가해자의 정보를 공개한 웹사이트 ‘크리미널 윤’,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 ‘전투토끼’ 등이 주목받았다.

A씨 또한 채널을 운영하며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12월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제 채널을 모니터링하는 걸 알고 있다”며 “어떻게 미성년자 고용을 인정한 주점들이 아직도 영업을 지속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신이 폭로한 불법 유흥업소 업주들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문제는 개인에 대한 무분별한 신상 공개가 억울한 피해자를 낳는 등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법기관이 아닌 개인이 범죄자 행각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무분별한 사적 제재가 과도한 응징과 잘못된 복수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다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