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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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간 김에 아이폰 샀어요. 엔저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아이폰X 때부터 한국보다 일본이 더 저렴하기로 유명하잖아요."

20대 여성 A씨는 지난 1월 일본에서 아이폰16 128기가를 구매했다. 당시 가격은 한화로 약 105만원. 아이폰16 국내 출시가 125만원보다 20만원 정도 저렴했다. 국내 전자상거래 쿠팡보다 싼 가격이다. 쿠팡에서는 121만원에 해당 제품을 판매한다.

30대 남성 B씨는 아이폰16 256기가를 구매하기 위해 지난 1월 일본을 방문했다. B씨는 면세받아 12만7081엔에 해당 제품을 구입했다.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약 119만2000원으로 국내 아이폰16 256기가 출고가 140만원보다 약 20만원 더 저렴했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아이폰 가격이 비싼 탓에 일부 구매자들이 일본에서 아이폰을 사는 '원정 구매'를 선택하고 있다. 아이폰 '원정 구매'나 '직구'를 검색하면 관련 내용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실제로 아이폰16 출고가는 한국보다 일본이 더 낮게 책정됐다. 128GB 모델 기준 미국 판매가는 799달러다. 부가가치세 10%를 포함한 가격은 855달러. 이를 한국과 일본의 아이폰 출고 가격 125만원과 12만4800엔으로 나눠 계산한 결과 한국에서 책정된 기준 환율이 일본보다 높았다. 아이폰16의 한국 기준 환율은 1달러당 약 1423원인 반면 일본은 142엔으로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1390원이다.

면세를 받으면 11만6727엔에도 구매할 수 있다. 아이폰16을 국내보다 일본에서 약 11만원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것.

애플 관계자는 "국가별 아이폰 출시 가격이 상이한 이유는 환율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애플의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아이폰16 시리즈'가 국내에 출시된 지난해 9월 20일 서울 동교동 T팩토리에서 한 고객이 제품을 수령하고 있다. 사진=임대철 기자
애플의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아이폰16 시리즈'가 국내에 출시된 지난해 9월 20일 서울 동교동 T팩토리에서 한 고객이 제품을 수령하고 있다. 사진=임대철 기자
한국 아이폰 가격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비싼 편에 속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 미국보다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ASP)이 높다. 스마트폰 구매 평균 가격이 90만원대(공시 지원금 제외)에 달한다. 전 세계 평균 가격(37만원)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아이폰은 평균판매가격(ASP)이 삼성보다 3배 더 높다.

아이폰15 시리즈 예약판매 기간에는 해외 직구 수요가 급증하기도 했다. 한 해외 직구 플랫폼에 따르면 아이폰15 예약판매 기간인 재작년 9월 15일부터 19일까지 아이폰 해외직구 배송신청 건수가 아이폰14 예약판매 당시(2022년 9월 9~13일)보다 10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일본 해외직구 주문이 급증했다. 국가별 배송 건수 기준으로 일본 아이폰 해외직구 배송신청 건수는 1500% 증가했다.

아이폰15 시리즈는 지난해까지 수요가 끊이지 않는 인기 상품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 결과 지난해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 1~3위를 아이폰15 시리즈가 차지했다.

아이폰14 프로는 일본과 가격 차이가 46만원 가까이 났다. 아이폰14 프로는 한국에서 155만원에 판매됐지만 일본 출시가는14만9800엔(당시 약 109만원)으로 한국보다 저렴했다. 국내 소비자가 일본 소비자보다 46만원 가까이 비싸게 단말기를 구입하는 셈이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