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6일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4세대 OLED 패널 기술 설명회’에 참석한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LG디스플레이 제공
지난 1월 16일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4세대 OLED 패널 기술 설명회’에 참석한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LG디스플레이 제공
“어둠이 짙을수록 별빛은 선명해집니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CEO(최고경영자) 레터’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이런 얘기를 건넸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따른 사업 불확실성을 ‘밤하늘의 짙은 어둠’에 빗대면서 LG디스플레이의 앞선 기술력을 ‘선명한 별빛’으로 표현했다. 사진 촬영이 취미인 정 사장은 틈나는 대로 별을 관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가 경영진과 임직원 간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최근 10명 안팎의 임직원이 신청하면 정 사장과 식사하는 ‘정담회’(情談會·정답게 대화하는 모임)를 신설했다. 정담회는 매달 두세 차례 열린다. LG디스플레이는 또 특정 사업부나 팀이 요청하면 정 사장이 직접 찾아가는 ‘CEO가 간다’도 운영하고 있다. 분기마다 열리는 ‘CEO 온에어(On Air)’는 정 사장이 임직원과 실적 및 현안을 공유하는 모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매달 한 차례 정 사장이 작성해 전 임직원에게 보내는 CEO 레터가 더해진다.

정 사장은 최근 CEO 레터에서 “고객이 원하는 가치에 집중할 때 턴어라운드(실적 반등)란 절실한 과제를 달성할 수 있다”며 “안정적 품질, 차별적 기술 리더십, 원가경쟁력을 차질 없이 달성하자”고 주문했다.

정 사장이 ‘소통 경영’을 펼치는 건 올해 ‘4년 만의 흑자전환’을 달성하려면 직원 사기부터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올해 LG디스플레이가 5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2021년(영업이익 2조2306억원) 이후 4년 만에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소비 침체와 중국의 추격 등으로 2022년과 2023년 연속 2조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4년 1월 LG디스플레이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정 사장은 취임 첫해 대형 고객사 확보, 원가경쟁력 회복 등 흑자 전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TV용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비중을 낮추고 중소형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중소형 OLED 시장의 큰손인 애플 납품을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애플을 겨냥한 전략고객(SC)사업부도 신설했다.

정 사장의 전략은 통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 납품 물량을 늘리며 지난해 3분기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 23.1%를 기록했다. 2023년 3분기 9.9%에서 1년 만에 13%포인트 넘게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취임 2년 차를 맞아 정 사장의 눈과 귀는 조직문화 개선에 쏠려 있다. 올해 3대 실천 과제에 ‘성과 창출에 몰입하는 조직문화’를 올리기로 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사업 경쟁력 강화만큼이나 조직 활력 회복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 사장은 1984년 LG반도체에 입사한 후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LG이노텍 등 부품·소재 회사를 두루 거친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2004년부터 2016년까지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센터장과 최고생산책임자 등을 지낸 데 이어 2019~2023년에는 LG이노텍 CEO를 맡아 세계 1위 카메라 모듈 기업으로 위상을 높였다.

박의명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