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CU에서 건강기능식품을 고르는 한 소비자. 사진=CU 제공
편의점 CU에서 건강기능식품을 고르는 한 소비자. 사진=CU 제공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에 이어 편의점까지 유통업계가 잇따라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소비자들이 제품을 스스로 선택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유통가에선 건기식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편의점 건기식 매출 137% 뛰어

12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최근 매출이 증가한 건강식품 특화점을 확대하면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건기식 도입을 추진한다. CU는 지난해 10월 선제적으로 전국 매장 3000점을 건강식품 진열 강화점으로 선정하고 40여 종의 상품과 특화 진열대 등을 도입했다.

건강식품 카테고리의 매출 증가폭이 확대일로이기 때문. CU의 건강식품 카테고리의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은 2021년 5.3%, 2022년 27.1%, 2023년 18.6%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지난해 유한양행, 종근당 등 제약사들과 함께 선보인 이중제형 제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건강식품 매출이 1년 만에 137% 뛰었다.

지난달 건강식품 진열 강화 점포들의 해당 상품 하루 매출은 일반 점포 대비 3배 더 높게 나오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메리트를 확인한 CU는 올 상반기 중 건강식품 특화점을 500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걸 다이소에서 판다고?…너도나도 뛰어드는 '건기식 경쟁' [트렌드+]
CU는 지난달에 열린 '2025 S/S 상품컨벤션'에서 가맹점주들에게 건강식품 시장 동향과 매출 동향, 판매를 위한 인허가 절차 등을 안내한 바 있다. 본격 시장 진출에 앞서 이달 안에 업계 단독으로 동아제약의 건강식품 ‘비타그란’ 4종과 ‘아일로 카무트 효소’ 1종을 판매할 예정이다.

박형규 BGF리테일 가공식품팀 MD는 “편의점에서 손쉽게 건강식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이 크게 늘면서 시장 수요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건강 관련 제품들을 추가로 선보이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편의점 GS25도 건기식 판매를 검토 중인으로 알려졌다. GS25는 먼저 해외에서 건기식 수요 공략에 나섰다. 동화약품의 베트남 약국 체인 ‘중선파마’와 협력해 ‘편의점-약국’ 숍인숍(Shop in shop) 매장을 열었다. 지난 10일 베트남 끼엔장성 고콩시티에 문을 연 'GS25버쥐링-고콩점'의 경우 1층에 GS25 편의점과 중선파마 약국을 운영하고 2층엔 시식 공간을 마련했다.

다이소도 알리도 건기식 시장 노린다

앞서 다이소도 건기식 판매에 돌입했다. 약사들 반발에 일양약품 등 일부 제약사가 사업 철수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소비자 여론은 다이소의 건기식 판매를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다이소는 일단 종근당건강과 협업하며 건기식 '락토핏 골드' 출시를 단행했다. 약국에서 파는 제품과 성분은 동일한데 포장을 소량(17포 묶음)으로 변경해 가격을 5000원으로 내렸다. 약국이나 온라인 쇼핑몰, 마트 등에서 대개 50포 묶음으로 판매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소비자 입장에선 동일 제품을 소량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서울 한 다이소 매장의 건기식 매대. 사진=한경DB
서울 한 다이소 매장의 건기식 매대. 사진=한경DB
기존 약국 등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유통업계가 건기식 시장을 놓지 못하는 것은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20년 5조1750억원에서 2022년 6조4498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규모는 6조440억원으로 추산된다. 건기식 수출 실적도 전년 대비 9.3% 증가한 5억5833만달러(약 8046억원)를 기록했다.

소비자들도 다양한 곳에서 건기식을 구매하고 있다. 대부분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유통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건기식 판매 허가를 받은 업체 수는 2019년 8만1559개에서 2023년 12만6804개까지 급증했다.

국내 업체만이 아니다. 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건기식 역직구 사업'까지 노리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이 보유한 해외 유통망을 활용해 해외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국내 건기식을 글로벌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급성장하는 추세인 데다 건기식 자체의 단가도 높은 편이라 시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