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년생 라오스女와 결혼"…韓 3040남자들 눈돌린 곳이 [요즘 결혼(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웨딩 시즌이 다가오지만 예비부부들의 고민은 깊다. 치솟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예식장 비용에 '웨딩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이에 셀프 웨딩과 가족 식사 대체가 늘고, 국제결혼과 결혼정보회사(결정사) 이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효율성과 실속을 중시하는 MZ세대가 만든 결혼 시장의 변화, 한경닷컴이 직접 들여다본다.

지난해 3월 경기도 안양에 사는 중소기업 영업직 93년생 임모 씨는 라오스 출신 06년생 아내를 신부로 맞았다.
과거 지방 농촌에서 주로 이뤄지던 '국제결혼'이 이제는 도시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국제결혼을 하려는 30대 전문직도 많아졌을 정도로 국제결혼 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한국 남성들이 한국 여성과 결혼하려는 데 경제적 부담을 많이 느끼면서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다문화 혼인 10% 넘던 지역 2곳이었는데 이젠 11곳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전체 혼인 건수 중 다문화 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긴 시도는 11곳에 달했다. 10년 전인 2013년 전남과 제주 2곳에 그쳤는데, 이제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다문화 혼인 비중이 급증한 것이다.

특히 외국인 아내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10년 새 외국인 남편 비중은 5.4%포인트(2013년 23.3%→2023년 17.9%) 떨어지는 동안, 외국인 아내 비중은 4.4%포인트(65.4%→69.8%) 올랐다. 남자가 10세 이상 연상 부부 비중은 추세적으로 감소세(41.7%→38.1%)다.
◇ '돈'에 달라진 국제결혼에 대한 시선
외국인 아내 비중이 높아지는 배경에는 한국 남성이 한국 여성과 결혼할 때 느끼는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결혼 시장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국내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발표한 '2024 결혼 비용 리포트'에 따르면, 평균 결혼 비용은 약 3억474만원이다. 남성의 부담이 평균 3억2736만원, 여성은 2억8643만원에 달했다.
국제결혼은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가능하다. 한경닷컴의 취재를 종합하면 신부 지참금, 한국어 교육비, 생활비 등을 포함한 총 국제결혼 비용은 약 1600만~2200만원 수준이다. 이는 한국 남성이 국내에서 결혼할 때 드는 평균 비용의 1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는 "한국에선 결혼식 비용만 5000~6000만원이 드는데, 국제결혼은 전셋집 마련까지 포함해 이 비용이 든다"며 "한국에서는 명품 반지·백, 호텔 프러포즈까지 결혼 비용이 부담스럽게 다가오는데 동남아에서는 경제적 만족도가 달라 아내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경북 구미에 사는 황모씨(42)도 지난해 5월 동남아 여성 B씨(19)와 결혼했다. 그는 "중소기업 사무직을 하고 있는데 한국 여성과 만나는 것이 쉽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결혼이 어려워질 것 같아 국제결혼을 결심했다"며 "40대가 되니 공허함과 외로움이 커졌는데 국제결혼 후 매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주변에도 국제결혼을 추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국제결혼 업체 찾는 男…더 어리고 직업도 다양
결혼이 늦어지는 만큼 통계청 지표에서는 국제결혼 초혼 연령도 10년 전과 비교해 소폭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국제결혼 업체에서는 통계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들을 찾는 한국 남성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며, 30대 비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결혼 업체는 지난해 300개에서 최근 400여개로 늘어났다. 업체마다 매달 200명 이상이 상담을 문의할 정도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열심히 사는데 결혼 못한 남성들을 노력해도 인생을 바꿀 수 없는 라오스에 사는 여성들과 매칭해서 이들이 한국에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국제결혼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50대 농촌 남성들이 주로 국제결혼을 선택했지만, 이제는 수도권에 사는 30~40대 대기업 직장인, 전문직 종사자들도 국제결혼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한국 남성들이 단순히 결혼이 어려워서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여성과의 결혼이 현실적으로 힘들고,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중국은 반토막…신부 국적도 다변화

10년 전에는 중국·베트남·필리핀·일본 순이었지만, 최근에 베트남·중국·태국·일본 순이다. 중국·베트남·일본 국적의 아내 수는 각각 56%, 15%, 31% 감소한 가운데, 태국은 10년간 약 7배(291건→2017건) 뛰었다. 태국 다음으로 카자흐스탄 6.2배(16건→99건), 러시아 3.6배(90건→325건), 라오스 3.5배(46건→163건) 늘었다.
한 태국 국제결혼 관계자는 "태국 출신 배우자가 늘어난 이유는 결혼 절차의 상대적 간소함 때문"이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한국에 오려면 양국에서 혼인 신고하고 한국어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지만, 태국은 이러한 절차 없이 먼저 한국에 와서 함께 생활한 후 혼인 신고를 진행할 수 있어 최근 10년 사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국제결혼 유튜브도 인기

이런 영상을 통해 국제결혼에 대한 정보가 확산하는 것도 국제결혼에 대한 관심을 늘리는 요인 중 하나가 돼가고 있다. 일터뷰가 공개한 한 영상에서는 한국인 수의사가 하노이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를 잘하는 베트남 여성과 맞선을 보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베트남에서는 필수인 결혼 전 성병 및 에이즈 검사, 혼인 등록 절차, 남성이 5박 6일 또는 6박 7일 동안 해외에 머물며 1:1 맞선을 진행하는 등 절차를 담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제결혼 콘텐츠에서는 한국인 커플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정서가 있다"며 "성공 사례를 많이 접할수록 국제결혼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사람에게도 국제결혼이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유지희/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