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타협, 경제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위기 돌파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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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큰어른' 손경식 경총 회장 "기본으로 돌아가자"
타협의 메커니즘 작동이 우선
정치권 협치로 통합 모범 보여야
진영 갈등·승자독식 막을수 있어
정치 체제 개편도 고려해볼만
'기업인' 트럼프, 관세폭탄 힘들것
임금체계 개편 가장 시급
호봉제 유지하며 65세 정년연장
청년 90만명 고용할 비용 들어
상법·상속세법·노조법 등
갈라파고스 규제 고집 땐
돈·사람 모두 韓 떠날 수밖에
타협의 메커니즘 작동이 우선
정치권 협치로 통합 모범 보여야
진영 갈등·승자독식 막을수 있어
정치 체제 개편도 고려해볼만
'기업인' 트럼프, 관세폭탄 힘들것
임금체계 개편 가장 시급
호봉제 유지하며 65세 정년연장
청년 90만명 고용할 비용 들어
상법·상속세법·노조법 등
갈라파고스 규제 고집 땐
돈·사람 모두 韓 떠날 수밖에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화된 지 40년 가까이 됐지만 우리 사회 시스템이 잘 받쳐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민주적 시스템은 타협과 갈등 조정이 핵심인데 정치권부터 시민사회, 노사 관계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적 타협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각자 할 일에 매진하면 됩니다. 정치권은 민생 안정 입법에, 정부는 경기 회복 대책에, 노동계는 생산성 향상에, 기업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온 힘을 다하는 거죠.”
▷누가 먼저 타협을 제안해야 할까요.
“정치권이 협치를 통해 사회 통합의 모범을 보여줘야죠. 국회의원을 만나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100점짜리가 많습니다. 그런데 진영 논리에 빠져 저렇게 싸우기만 하니….”
▷훌륭한 의원도 상법 개정안 투표 때는 당론을 따르던데요.
“합리적인 의원도 공천 등의 이유로 당론을 거스르기 쉽지 않은 게 우리 정치 현실입니다. 나중에 전화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의원도 더러 있습니다.”
▷협치를 위해선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진영 갈등과 승자 독식 구조를 막으려면 정치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여야 정치권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사례 등을 참고해 우리나라에 적합한 정치 체계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기업의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래 가기는 힘들 겁니다. 관세를 올리면 물가가 오르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집니다. 미국 증시도 떨어지고 있잖아요. 기업인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내우외환의 총체적 위기입니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상법과 상속세법, 노동조합법 등 우리 법과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한국만 ‘갈라파고스 규제’를 고집하면 돈과 사람이 떠날 수밖에 없어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개정안대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가 들어가면 골치 아파집니다. 대규모 공장을 짓는 데 돈을 쓰면 배당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주주들이 이걸 빌미로 소송을 걸면 어떤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하겠습니까.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도 없는 법안입니다. 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소액 주주 보호를 이유로 상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여론도 있는데요.
“기업 합병·분할같이 소액주주 이익 침해 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자본시장법에 주주 권익 보호 방안을 강화하는 게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상속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줄 때 최고 세율이 60%(최대주주 할증)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상속세 최고 세율 26.5%를 크게 웃돕니다. 오너 경영인으로선 주가가 떨어져야 상속에 유리한데, 굳이 주가를 끌어올릴 유인이 있겠습니까.”
▷정부가 상속세 부과 기준을 유산취득세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상속 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긴 뒤 상속인이 나눠 내는 현행 유산세 방식은 누진 과세되는 상속세 체계상 실제 받은 재산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합니다. 상속인이 물려받은 재산만큼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가 합리적이죠. 최고세율 인하(50%)와 최대주주 20% 할증 폐지가 빠진 건 아쉬운 대목입니다.”
▷정년 연장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평균 수명 증가에 맞춰 65세 정년 연장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연차가 올라갈수록 임금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호봉제를 유지하면서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 부담이 너무 커집니다.”
▷임금을 깎는 조건으로 정년 연장을 하자는 의미인가요.
“정년이 65세로 연장되면 60~64세 정규직 근로자 59만 명을 추가 고용해야 합니다. 이 비용이 연간 30조원에 달합니다. 25~29세 청년층 90만 명을 고용할 수 있는 돈이에요. 호봉제를 유지한 채 정년을 늘리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60세 이후부터는 별도 근로계약을 하자는 건가요.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 재고용하는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2004년 재고용 중심의 65세 고용 확보 조치를 도입한 일본도 법정 정년은 60세로 유지했습니다.”
▷노조가 호봉제 임금 체계 변경에 동의할까요.
“임금 체계를 개편하려면 노동조합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근로기준법 94조)을 ‘의견 청취’로 완화해야 합니다. 일본도 2007년 사회적 합리성이 있는 취업규칙 개정은 노사 합의 없이 변경 가능하도록 노동계약법을 바꿨습니다.”
▷두 차례나 거부권이 행사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야당이 재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 확대와 불법쟁의 행위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원청업체는 고용하지도 않은 수백 개 하청업체와 교섭해야 합니다. 불법 파업을 해도 책임을 묻지 않으면 불법 파업이 크게 늘어날 겁니다.”
▷주 52시간제 예외를 인정하는 반도체특별법도 국회에서 막혔습니다.
“저소득 근로자에게 일을 더 시키겠다는 게 아니에요. 고소득 반도체 R&D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도입하자는 겁니다. 세계에서 반도체 연구 인력이 주 52시간 근무제에 발목 잡힌 나라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급한 대로 주 64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을 확대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닙니다.”
"불법 파업에 면죄부…기울어진 사법부 안돼"
현대차, 노조에 손배소 했지만 대법 파기 환송…우려 쏟아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사법부에 대한 걱정을 쏟아냈다. 불법쟁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는데도 사실상 노조에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내려서다.부산고등법원 민사6부는 지난달 6일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및 지회 노조원을 상대로 불법쟁의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고 낸 소송 파기 환송심에서 회사 측 청구를 기각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2012년 8월 울산공장 의장 라인 등을 멈춰 세웠다. 이에 현대차가 “매출 감소와 고정비용 손실을 봤다”며 노조 측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이 현대차 측 일부 승소 판결을 했지만 대법원은 2023년 6월 손해배상액을 재산정하라며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손 회장은 “불법쟁의 행위에 따른 기업의 피해 보상을 명시한 기존 법리와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 책임을 인정한 1, 2심 판단과 달리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파업 후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 생산량이 만회됐다”는 노조 주장을 수용했다. 노조는 재판 과정에서 파업 후 추가 생산으로 부족분이 채워졌는지 등을 증명해야 하지만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손 회장은 “이번 판결은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노조의 불법 변칙 쟁의 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며 “기존 법체계를 무력화한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 손경식 회장 약력
△1939년 서울 출생
△1957년 경기고 졸업
△1961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68년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경영학 석사
△1968년 삼성전자
△1977년 삼성화재 사장
△1991년 삼성화재 부회장
△1994년 CJ 대표이사 회장
△1995년 CJ그룹 회장
△2005~2013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2007년 CJ제일제당 회장
△2018년~현재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보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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