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률 월드옥타 국제통상전략연구원장은 “폭넓은 시각으로 세계 시장을 바라보는 데 월드옥타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7대 경제단체로 편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안경률 월드옥타 국제통상전략연구원장은 “폭넓은 시각으로 세계 시장을 바라보는 데 월드옥타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7대 경제단체로 편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세계 속 한상(韓商)들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2·3세 한인 기업인에게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안경률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국제통상전략연구원장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창업에 제약이 많았던 창업 1세대와 달리 현지인이 된 2, 3세 기업인에겐 가능성이 무한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3선 의원 출신인 안 원장은 2022년부터 월드옥타의 싱크탱크인 국제통상전략연구원 수장을 맡아 글로벌 한상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정재계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최대 재외동포 경제단체인 월드옥타는 해외 70개국에 151개 지회를 두고 있다. 회원 수만 3만2000명에 달하며 최근 젊은 회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2, 3세 한인 기업인에 대한 관심이 너무 부족하다는 게 안 원장의 지적이다. 그는 “현지에 완전히 녹아든 2, 3세 기업인은 그 자체로 국가 자산”이라며 “세대를 거치며 이들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유대감을 잃고 있는데, 국가 차원의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안 원장은 “K컬처를 대표한 인재들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있듯이 젊은 한인 기업인을 키우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다”며 “중국과 이스라엘이 세계를 지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게 된 것도 후세대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것”이라 강조했다.

안 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글로벌 한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3만2000명 한인 기업인이 가진 정보와 네트워크가 수출 활로를 뚫고, 현지 정부를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2011년 미 의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이끈 배경에도 월드옥타 회원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안 원장은 정부의 통상·경제 정책에 재외 한인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제도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월드옥타는 이명박 정부 시절 경제 6단체(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했지만 이후엔 빠졌다. 안 원장은 “월드옥타가 7대 경제단체로 편입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우리 기업이 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세계 시장을 바라보는 데 월드옥타가 역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치적 혼란상에 대해선 “사법부가 빨리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안 원장은 “미국 신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정상 간 대화가 없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여부를 최대한 빨리 결정해 국정을 정상화하고 기업이 직면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극한 대립을 이어가는 여야 정치권에 “여야가 자기들만의 ‘동굴의 우상’에 빠져 아예 소통하지 않고 있다”며 “제발 애국심을 갖고 국가 장래를 위해 톨레랑스(관용)와 국민적 품격을 복원해달라”고 주문했다.

황정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