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이른바 ‘벌떼 입찰(복수 신청)’ 후폭풍이 거세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정부가 공공택지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어 뒤늦은 처벌이란 반응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27일 선고된다. 2023년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경영권 편법 승계를 목적으로 부당 내부거래 행위를 했다고 보고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결정은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져 서울고법 판결은 2심에 해당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0~2015년 호반건설은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낙찰받고, 이를 김상열 전 회장의 장·차남이 운영하는 계열사에 양도했다. 장남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 사장이 대표로 있던 호반건설주택은 급속도로 몸집을 키웠고, 2018년 호반건설과 합병하면서 김 사장은 호반건설 지분 54.7%를 확보했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은 “복수 신청은 시장 상황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며 공공택지 전매는 적법한 거래였기 때문에 과징금 부과는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다른 건설사도 벌떼 입찰 후폭풍에 직면했다. 지난 2월 대방건설은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낙찰받은 공공택지를 딸과 며느리 회사에 넘긴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205억원을 부과받은 데 이어 최근 구찬우 대표가 검찰에 불구속 기소당했다. 중흥건설도 벌떼 입찰로 과징금 처분을 앞두고 있다. 또 97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제일건설 등을 합해 벌떼 입찰에 연루된 건설사에 부과되는 과징금은 10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시장에선 과징금 부과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전국 곳곳에서 미분양이 쌓이며 건설사가 갖고 있던 공공택지를 반납하고 있기 때문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택지를 분양받았다가 계약 해지한 곳은 25필지에 달했다. 금액 기준으로 2조7052억원 규모다.
공공택지 관련 규제도 완화하는 추세다. 2023년 공공택지 전매 금지를 푼 데 이어 지난해에는 사전청약 제도를 폐지했다. 최근엔 국토교통부가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모기업과 계열사 수를 1개사로 제한하는 ‘1사 1필지’ 제도를 올해를 끝으로 더 이상 시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경기가 위축돼 제도 운용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