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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일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는 근로조건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정규직 간에도 연봉 액수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도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차이가 발생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법은 설명되지 않는 차이를 위법한 차별로 보기 때문이다.
차이와 차별의 경계선
무엇이 설명 가능한 ‘차이’이고, 무엇이 설명되지 않는 ‘차별’인지를 판단할 때는 다음 세 가지 단계를 순차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다.
먼저, 차별이 존재한다고 판단하려면 비정규직과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 근로자가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애당초 전혀 다른 업무를 하고 있다면, “업무가 전혀 다릅니다”라는 설명으로 근로조건의 차이를 정당화할 수 있다. 이때는 근로자가 실제 수행한 업무를 기준으로 주된 업무의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본다.
그 다음으로는 불이익한 처우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불이익한 처우’란 임금, 복리후생, 승진·전보 기회, 교육훈련 등 근로조건 전반에서의 불이익을 포괄한다. 예컨대 정규직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계약직에게만 성과급이나 명절상여금이 지급되지 않거나, 식대·교통비 등 복리후생이 다르게 적용된다면 이는 불이익한 처우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임금체계가 서로 다른 경우에는 개별 항목별 비교보다는 범주별로 나누거나 총액을 기준으로 종합적인 불이익 여부를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차별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지 않아야 한다. 합리적 이유란 단순히 계약 형태의 차이만으로는 부족하며, 업무 성격, 직무의 중요도나 권한·책임, 필요한 자격이나 경력, 근속기간, 성과나 능력 등 객관적이고 납득 가능한 사유여야 한다. 단순히 “계약직이니까” 혹은 “예산이 부족해서”와 같은 일반적·추상적인 사유만으로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차별이 문제되는 이유
실무적으로 비정규직 관련 차별 문제는 많은 기업에서 발견되지만, 대다수 기업은 실제 문제가 제기되기 전까지는 이를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비정규직 차별은 생각보다 심각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비정규직 차별 이슈는 한 명이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조직 전체로 확대되는 특징이 있다. 한 명의 사례가 사실상 유사한 처지의 모든 비정규직 직원 처우 문제로 확산될 수 있어 리스크의 파급력이 크다.
또한, 차별은 노동 관련 법령에서 금지하는 강행규정 위반으로 민사상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손해배상 청구에는 최대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다. 일반적인 임금채권 소멸시효가 3년인 데 비해, 차별로 인한 손해배상은 10년치 임금 상당액을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
비정규직 차별은 ESG 경영의 핵심 가치에도 반하는 행위로, 기업 평판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처우 차이가 ‘합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차이’인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업무 내용, 난이도, 책임 범위 등 실질적 기준에 따른 차이라면, 직무기술서 등의 객관적 자료를 통해 그 합리성을 입증할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반면, 설명이 불가능한 차이라면 이를 신속히 개선해야 한다. 결국 비정규직 차별 문제는 차별 여부의 판단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의 준비 여부에 달려 있다.
박재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고려대(경제학)를 졸업하고 제42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2기) 합격 후 20여년간 노동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심판 담당),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 판정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고용노동부 자문 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쟁송 분야에선 부당해고, 임금(통상임금, 임금피크제 등), 원청의 사용자성, 불법파견, 근로자 지위를 다투는 소송 등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자문 분야에선 인력구조조정, 단체교섭과 노동쟁의, 컴플라이언스(파견법 위반, 인사제도 개선 등), 근로감독 대응, M&A 과정에서의 노동문제 등에 대한 자문 경험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