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떼들의 습격을 뚫으며, 77층 꼭대기에서 서울 지하철과 한강 다리까지. 쿠팡플레이의 8부작 시리즈 <뉴토피아>는 서울이란 도시를 촘촘하게 횡단한다. 군복무 중인 일병 재윤(박정민)과 직장인 영주(지수)가 감격의 상봉을 하기 위해선, 달달하지만 다소 지루한 과거 회상도 거쳐야 한다.
최근 8부작으로 마무리된 <뉴토피아>는 <파수꾼>(2010), <사냥의 시간>(2020)에 이어 윤성현 감독과 박정민 배우가 협업한 세 번째 결과물이다. 코미디, 로맨스, 밀리터리물의 요소까지 추가하며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래서일까, 엔딩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
쿠팡플레이 '뉴토피아' 포스터 / 사진. ⓒ쿠팡플레이
'K- 좀비물'로선 첫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부산행>(2016)이 KTX 열차라는 익숙한 공간을 활용했다면, <뉴토피아>는 다소 생소한 곳에서 출발한다. 서울 강남 한복판 고층 빌딩 꼭대기의 대공포 초소. 재윤을 포함한 군인들은 서울 상공에 적기가 날아올 때를 대비해 이곳에서 경계 근무 중이다.
재윤과 함께 어리버리 일병 듀오를 맡은 인호(임성재), 거친 경상도 사투리에 의외의 인간미를 숨기고 있는 분대장 영만(김상흔) 등, 드라마의 초반은 이 군인들의 캐릭터를 쌓아 올리는 데 나름의 공을 들인다. 도심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이들은 일반 시민과 격리된 채 가상훈련에 몰두한다.
서울 지상에 좀비 떼가 출현하자 이들의 임무는 현실이 된다. 하루아침에 좀비로 변한 동료를 해치워야 하는 딜레마 속에서, 이들은 새로운 동료애로 뭉쳐야 한다. 재윤의 여자친구인 영주 또한 나름의 생존 노선을 선택하고, 이들 연인의 알콩달콩 회상 씬들이 본격적으로 끼어든다.
쿠팡플레이 '뉴토피아' 스틸컷 / 사진. ⓒ쿠팡플레이
아비규환 속에서도 인간성과 사랑을 잊지 않고 달려가는 인간들의 모습은 뭉클하지만, 새롭지는 않다. 빛나는 캐릭터들은 오히려 주변부에 있다. 에덴 호텔의 깐깐하기 그지없던 매니저가 희한한 전략으로 되살아날 때, 여리여리하던 여직원이 뜻밖의 전투력을 보일 때 드라마의 활기는 고점을 찍는다.
쿠팡플레이 '뉴토피아' 스틸컷 / 사진. ⓒ쿠팡플레이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28일 후>(2003년) 이후, 영상물 속 좀비들은 빠르고 날렵해지는 추세였다. <뉴토피아>의 좀비들은 그 속도나 공격력이 약한 편이다. 오히려 구세대 좀비들처럼 ‘시체 모드’로 멍하니 서 있거나 할 때가 많다. 덕분에 좀비물 특유의 순수한 공포는 덜하다.
또한 이번 좀비에는 어떤 처방(?) 아래에서 무력해지는 약점도 있다. 흥미로운 설정이지만, 좀비물만의 활극 액션을 기대한 시청자들에겐 다소 아쉬울 요소다. 대신 절단되고 훼손된 좀비의 신체라던가, 폭력과 재난에 대한 묘사는 ‘날것’에 가깝다. (<뉴토피아>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다.) 한마디로 꽤 잔혹하다.
쿠팡플레이 '뉴토피아' 스틸컷 / 사진. ⓒIMDb
사실 좀비보다 더 무서운 것은 때로 인간이다. <뉴토피아>는 후반으로 가며 인간 군중들이 유발하는 재난 상황에도 눈길을 돌린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사고 시퀀스는 느슨했던 시청자들에게 꽤 충격적인 여파를 남긴다.
하지만 이는 드라마의 곁가지에 가깝다. <뉴토피아>는 무책임한 정부 시스템이나 집단화된 인간들의 이기주의 같은, 흔한 사회 풍자에도 (지혜롭게도) 몰두하지 않는다. 윤성현 감독은 어두운 디스토피아의 묘사 대신, 인물들의 투쟁에서 나오는 코믹하고 뭉클한 상황에 집중한다.
쿠팡플레이 '뉴토피아' 스틸컷 / 사진. ⓒIMDb
즉 좀비들은 군인들이 하나의 팀으로 단합하고, 연인이 서로에게 닿기 위해 뛰어넘어야 할 비일상적 장애물에 가깝다. 무겁기보다는 가볍게, 어둡기보다는 밝게 풀어간 <뉴토피아>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쿠팡플레이 콘텐츠 가운데 공개 첫날 시청 기록, 누적 시청자 수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하나로 뭉친 인물들은 결국 돌파구를 찾았을까. 엔딩 씬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극적인 상황이 부족해서 느낌이 약하다거나 마무리가 갑작스럽다는 평가가 꽤 있다.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인물들로부터 여운을 느꼈다는 호평도 나온다. <뉴토피아> 시즌2의 제작 여부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