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여권 잠룡들의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발이 묶인 가운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집중 공략하며 존재감을 키우려던 전략에도 힘이 빠지게 됐기 때문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의 대선 예비 주자들은 일제히 사법부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면서 추후 행보를 고심 중이다. 전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민주주의가 바로 서도록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은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적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대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반면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사법부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하겠느냐”며 “오히려 잘 됐다. 차기 대선을 각종 범죄로 기소된 범죄자와 하는 게 우리로서는 더 편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여권 주자들에게 적지 않은 악재라는 게 정치권 평가다. 당초 여권은 이 대표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피선거권 박탈형(벌금 100만원) 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또 윤 대통령 선고 전 지지층 여론을 고려해 공개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여권 주자들과 달리 이 대표는 일찍부터 대권 주자의 면모를 부각하고 나섰다. 그는 전날 선고 직후 경북 안동 산불 현장부터 찾았다.

한 여권 예비 대선 주자 측 관계자는 “만일 대선이 열릴 경우 이 대표보다 훨씬 더 출발선을 뒤에 두고 시작하게 되는 것이어서 우려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