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보다 똑똑한 보안 AI" 월가가 주목하는 '차세대 방패'[글로벌종목탐구]
기술이 진화하면 이를 악용하려는 시도도 고도화된다. 사이버 공간도 예외는 아니다. 인공지능(AI)을 무기로 한 신종 악성코드와 해킹 수법은 기존 방어 체계를 무력화하고 있다. 창이 날카로워진 만큼 방패도 똑똑해져야 한다. 이 전장에서 새로운 방패로 떠오른 기업이 있다. AI 보안 기업 센티널원이다. 월가가 센티널원을 'AI 시대 사이버보안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하고 있다.
"해커보다 똑똑한 보안 AI" 월가가 주목하는 '차세대 방패'[글로벌종목탐구]
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센티널원은 이스라엘 출신 사업가인 토머 웨인가튼과 사이버보안 업계에서 일하던 그의 친구 알모그 코헨이 2013년 창업했다. 본사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두고 있다. 센티널원 연구 인력의 절반 이상은 이스라엘방위군(IDF) 최정예 정보부대 '8200부대' 출신이다. 사방이 적국으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에 사이버보안은 단순한 산업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이러한 저력을 바탕으로 8200부대는 수많은 실리콘밸리의 사이버보안 관련 기업들을 탄생시켰다. 최근 구글에 인수된 위즈를 포함해 팔로알토네트웍스, 체크포인트, 아르거스 등 사이버보안 기업들도 이 부대 출신이 창업했다.

이처럼 많은 사이버보안 기업 중 센티널원을 차별화하는 요인은 바로 '자동화'다. 전통적인 보안 보안 시스템은 규칙 또는 시그니처 기반 탐지 방식에 기반한다. 이는 위협이 사전에 정의된 패턴에 부합할 경우 바이러스로 감지해 차단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같은 방식은 오탐율이 낮지만 새로운 패턴을 통해 공격하는 '제로데이 공격'에 취약하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해커보다 똑똑한 보안 AI" 월가가 주목하는 '차세대 방패'[글로벌종목탐구]
이에 센티널원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악성코드를 학습해 변종 형태의 공격으로부터 사용자를 방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학습 방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기존 사이버보안 시스템이 출입증을 대면 인증된 사람을 들여보내주는 출입 인증 시스템이라면, 센티널원은 출입자가 허가를 받은 사람인지 직접 확인하는 'AI 경비원'인 셈이다.

센티널원은 전통적인 안티바이러스와 엔드포인트(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장치) 탐지 및 대응(EDR), 엔드포인트 보호플랫폼(EPP), 클라우드보안 등을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제공하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 플랫폼을 주력 상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날 센티널원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3.67% 하락한 16.28달러에 거래됐다. 한달 전보다는 10.4%, 1년 전보다는 28.94% 떨어진 가격이다. 센티널원 주가는 2021년 7월 상장 당시 44.59달러를 기록, 4개월 뒤 76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센티널원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는 '낮은 수익성'이 꼽힌다. 센티널원은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29% 늘어난 2억2550만달러(약 3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인 2억2230만달러도 웃돌았다. 다만 7080만달러(약 103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주당순손실은 0.22달러에 달했다.
"해커보다 똑똑한 보안 AI" 월가가 주목하는 '차세대 방패'[글로벌종목탐구]
"해커보다 똑똑한 보안 AI" 월가가 주목하는 '차세대 방패'[글로벌종목탐구]
시장에서는 여전히 센티널원 주가가 기술력 대비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객 유치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와 높은 연구개발(R&D) 지출, 그리고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 특유의 매출 인식 방식 때문이다. 연 단위 계약을 맺더라도 회계상 매출은 월 단위로 분할 인식된다. 고객 수가 늘어나도 매출 반영은 시간차를 두고 나타나는 구조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 매출이 쌓이면 고정비 부담이 줄며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되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보안 기업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기술주 하락 흐름도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다.

투자은행 스티븐스는 지난달 31일 센티널원 목표 주가를 25달러로 제시하며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스티븐스는 "센티널원은 엔드포인트 보안 부문에서 추가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클라우드 보안 등 포괄적인 플랫폼을 통해 매출을 확대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있다"라며 "향후 몇 년 간 연 20% 이상의 매출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DA데이비슨은 목표 주가를 25달러에서 18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순신규연간반복수익(NNARR) 성장이 다소 더디다는 평가에서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월가 투자은행 36명 중 27명(75%)은 매수를, 9명은 보유를 제안하고 있다.

김인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