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개막하는 '데이비드 호크니 25' 전시
파리 루이비통재단미술관 400점 대규모 회고전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개인 프로젝트이자
87세의 호크니가 직접 참여해 세계적인 화제
전시 개막 앞두고 파리 교통 당국 "포스터 지하철에 못붙여"
자화상 '연극 속의 연극과 담배를 피우는 나' 사진이 문제
흡연 옹호해온 호크니 "완전히 미친 짓이다"
올해 전 세계에서 열리는 전시 중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데이비드 호크니 25'라고 할 수 있다.
4월 9일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재단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이 전시는 20세기와 21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살아있는 전설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70년 경력을 총망라한다. 11개의 방에서 약 400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1955년 작품부터 올해 신작까지 회화와 드로잉, 무대 세트와 디지털 회화까지 모아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다. 준비 기간만 2년 넘게 걸렸다.
DavidHockney,27thMarch2020,No1,2020
이런 숫자만 화제가 아니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파리 불로뉴숲에 지은 이 공간에서 열리는 지금까지의 모든 전시 중 가장 큰 규모다. 게리는 "호크니의 그림이 건축물을 압도할 것"이라며 전시회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이번 전시는 LVHM 회장 겸 CEO인 베르나르 아르노의 개인적인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아르노 회장은 호크니의 작품 경력 초창기부터 그의 작품을 존경하고, 수집해온 인물이다. 작가의 스튜디오와 재단에서 소장한 작품 외에 전 세계 기관과 소장자들에게서도 작품을 대여해왔다. 호크니 역시 전시의 구성 등에 직접 관여했다.
데이비드 호크니_두 인물이 있는 수영장(1972)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뒤 그린 초창기 작품들인 '캘리포니아 드림' 시리즈는 40년 만에 세상에 공개된다. 호크니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작년만 해도 내가 여기 없을 거라 생각했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 호크니가 전시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단단히 화가 났다. 프랑스 정부가 호크니 전시 포스터를 파리 지하철에 걸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호크니는 2일 영국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완전한 광기"라며 파리 교통 당국이 포스터 사용을 금지한 것에 대해 불만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연극 속의 연극과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나' 앞에 앉아있다. 사진 속의 담배가 문제가 돼 파리 교통 당국이 지하철에 이 사진을 테마로 만든 전시 포스터 게재를 금지했다. /데이비드 호크니
담배를 들고 있는 나와 연극 속의 연극 속의 연극 (2024-2025) 데이비드호크니 제공
금지된 포스터는 호크니가 '연극 속의 연극과 담배를 피우는 나(Play within a Play and Me with a Cigarette)'라는 작품이 메인 테마다. 작품을 배경에 두고 작품 속의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고, 그 그림을 또 무릎에 얹은 모습. 그림 속의 호크니도 한 손에 담배를 쥐고 있고, 사진 속의 호크니도 역시 담배를 쥐고 있다.
그는 "예술은 항상 표현의 자유로 가는 길에 있어야 하는데, 내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그린 작품은 괜찮고 사진은 안된다는 논리는 완전한 미친 짓"이라고 했다.
2024년의 데이비드 호크니.
호크니의 흡연 습관은 유명하다. 하루에 100개비의 담배와 시가를 피우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1954년부터 지금까지 (폐에 문제가 생긴 이후에도) 단 한번도 금연을 한 적이 없다.
그는 "담배는 자유의 상징이자 우리 사회 창의력의 원천"이라고 주장하며 여러 기자간담회와 전시 오프닝 때 시가와 담배를 피웠다. 2012년 런던 로열 아카데미에서 열린 개인전 'A Bigger Picture'를 준비하며 담배를 피운 일화도 유명하다. 어떤 이들은 이를 비판했지만, "나는 항상 이렇게 작업해왔다"며 일축했다. 2007년 영국 정부가 공공장소 흡연을 법으로 금지했을 때에는 'Stop Bosiness soon(갑질을 멈춰라)'이라는 배지를 만들어 뿌리기도 했다. 그가 등장하는 자료 사진들 중 담배가 없는 사진을 찾는 게 더 힘들 정도다.
2012년 왕립 아카데미 쇼 '데이비드 호크니_더 큰 그림(A Bigger Picture)'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 AFP
물론 호크니의 포스터가 파리 지하철에 붙지 않는다 해도 전시의 흥행엔 문제 없을 예정이다. (혹은 이 논란으로 전시가 더 흥행할 지도 모른다.)
전시의 큐레이터인 노먼 로젠탈 경은 "광기가 지배한다. 한 세대를 살아온 예술가의 가장 위대한 전시 포스터가 이런 종류의 검열을 받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파리는 자유와 혁명의 역사를 가진 도시가 아니었는가"라고 탄식했다. 그는 "호크니는 우리 시대의 피카소이며,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을 바꾼 예술가"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4월 9일에 개막해 8월 31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