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물 퍼날라 하회마을 지켰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불길 속 노인 7명 업고 탈출
헬기 도움없이 맨몸으로 진압화마 뚫고 이웃 지킨 '시민 영웅'
헬기 도움없이 맨몸으로 진압화마 뚫고 이웃 지킨 '시민 영웅'
“할머니가 안 보여서 소리치고 집에 들어가 업고 나왔어요.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마을에 사는 김필경 이장(56), 유명신 어촌계장(56), 그리고 인도네시아 선원 수기안토(31)는 지난달 25일 밤 산불이 마을로 밀려들 무렵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주민들을 재빨리 대피시켰다.
김 이장은 선착장에서 마을 오른편을, 유 계장은 왼편을, 수기안토는 중심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대피방송 시스템이 고장 나 이들은 고함을 치고 문을 두드려 잠든 주민들을 깨웠다. 수기안토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7명을 차례로 등에 업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안동, 청송을 거쳐 영덕으로 번졌지만 이들 ‘시민 영웅’의 헌신으로 수많은 동네 주민이 귀중한 생명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거센 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몸보다 이웃을 먼저 챙겼으며 화마에 맞서 밤낮으로 사투를 벌였다. 이번 산불은 서울 여의도의 165배에 달하는 4만8000㏊를 태우는 등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경정3리 주민 100여 명이 피신한 곳은 마을 앞 방파제였다. 뜨거운 열기와 연기, 흩날리는 불씨 때문에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해양경찰의 긴급 연락을 받은 민간 구조대장 전대헌 씨(52)가 구조에 나섰다. 그는 트럭을 몰고 방파제에 있던 주민 10여 명을 태워 선착장으로 향했고, 이어 보트로 옮겨 해상에 띄운 낚싯배까지 실어 날랐다. 이런 작업을 반복해 총 20여 명을 구출했다.
안동 리버힐CC에서도 캐디 20여 명과 직원들이 자발적인 진화 작업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산불이 산등성이를 따라 번져오자 경영진은 경기를 중단하고 대피 지시를 내렸지만 직원들은 “골프장까지 산불에 뚫리면 인근 하회마을이 위험하다”며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잔디 관수차 4대와 살수차 1대를 동원해 닷새간 방화선을 구축했다. 전기와 수도가 끊기자 골프장 해저드 3곳에서 물을 끌어다 썼고, 저수지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 덕분에 소방대와 헬기 지원 없이도 1㎞ 넘는 방어선을 지켜낼 수 있었다.
정부는 이들 시민 영웅에 대한 예우를 검토 중이다. 법무부는 “산불 당시 주민 대피에 기여한 수기안토의 공로를 인정해 거주(F-2) 비자 자격 부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용훈/영덕=오경묵 기자 [email protected]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마을에 사는 김필경 이장(56), 유명신 어촌계장(56), 그리고 인도네시아 선원 수기안토(31)는 지난달 25일 밤 산불이 마을로 밀려들 무렵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주민들을 재빨리 대피시켰다.
김 이장은 선착장에서 마을 오른편을, 유 계장은 왼편을, 수기안토는 중심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대피방송 시스템이 고장 나 이들은 고함을 치고 문을 두드려 잠든 주민들을 깨웠다. 수기안토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7명을 차례로 등에 업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안동, 청송을 거쳐 영덕으로 번졌지만 이들 ‘시민 영웅’의 헌신으로 수많은 동네 주민이 귀중한 생명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거센 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몸보다 이웃을 먼저 챙겼으며 화마에 맞서 밤낮으로 사투를 벌였다. 이번 산불은 서울 여의도의 165배에 달하는 4만8000㏊를 태우는 등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경정3리 주민 100여 명이 피신한 곳은 마을 앞 방파제였다. 뜨거운 열기와 연기, 흩날리는 불씨 때문에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해양경찰의 긴급 연락을 받은 민간 구조대장 전대헌 씨(52)가 구조에 나섰다. 그는 트럭을 몰고 방파제에 있던 주민 10여 명을 태워 선착장으로 향했고, 이어 보트로 옮겨 해상에 띄운 낚싯배까지 실어 날랐다. 이런 작업을 반복해 총 20여 명을 구출했다.
안동 리버힐CC에서도 캐디 20여 명과 직원들이 자발적인 진화 작업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산불이 산등성이를 따라 번져오자 경영진은 경기를 중단하고 대피 지시를 내렸지만 직원들은 “골프장까지 산불에 뚫리면 인근 하회마을이 위험하다”며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잔디 관수차 4대와 살수차 1대를 동원해 닷새간 방화선을 구축했다. 전기와 수도가 끊기자 골프장 해저드 3곳에서 물을 끌어다 썼고, 저수지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 덕분에 소방대와 헬기 지원 없이도 1㎞ 넘는 방어선을 지켜낼 수 있었다.
정부는 이들 시민 영웅에 대한 예우를 검토 중이다. 법무부는 “산불 당시 주민 대피에 기여한 수기안토의 공로를 인정해 거주(F-2) 비자 자격 부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용훈/영덕=오경묵 기자 [email protected]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