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업계 대장 격인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냈다. 이 회사 고객사의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난 덕분이지만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떼어내면 적자로 돌아서 전망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1분기 매출 6조2650억원, 영업이익 3747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138.2% 증가했다. 증권업계에서 추정한 실적(매출 5조9425억원, 영업이익 81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배터리 3사로 불리는 삼성SDI, SK온은 1분기에도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과 대비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고객사인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등의 전기차 출하가 예상보다 많은 게 호재로 작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공장 두 곳을 꾸린 GM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 1만6000대 수준에서 지난 1분기 3만2000여 대로 늘어났다. 업계에선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완성차 업체에 공급한 샘플 물량이 출하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기차 판매가 앞으로도 확대되는 추세일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경기 둔화 장기화로 비싼 전기차 대신 내연기관 수요가 더 큰 기조가 이어져서다. 미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수령액(4577억원)을 제외하면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손익은 830억원 적자로 돌아선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현재 위기가 지나면 진정한 승자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email protected]